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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단독]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요즘 김정은 소나무를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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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 "타르 함량, 1일 흡연량 분석해 金 수명 예측"

애연가로 널리 알려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담배를 바꿔 정보 당국이 주시하는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김정은은 작년까지 북한산 담배 ‘건설’을 피우는 장면이 여러 차례 목격됐지만 올해 들어선 등장하지 않고 있다. 대신 ‘소나무’란 이름의 새로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최소 두 차례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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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4차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테이블 위에 재떨이, 성냥갑과 함께 소나무 담배가 보인다. 김정은은 기존에 피우던 ‘건설’ 담배를 최근 소나무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TV가 지난 24일 보도한 화면이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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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이날 “김정은이 어떤 담배를 피우는지 파악되면 타르·니코틴 함량을 알 수 있고, 한·미 연합 정보자산을 통해 추적한 김정은의 생활패턴 등을 토대로 하루 흡연량이 추산된다”며 “(김정은 담배 정보는) 기타 다른 정보들과 융합해 김정은의 건강 상태와 잔여 수명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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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28일 인민군 부대들의 합동 타격 훈련 참관 도중 훈련 지휘소에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테이블 위에 ‘소나무’란 상표가 적힌 담뱃갑이 보인다. 김정은은 기존에 피우던 ‘건설’ 담배를 최근 소나무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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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담배가 처음 등장한 것은 김정은이 지난 2월 28일 ‘인민군 부대들의 합동 타격 훈련’을 참관할 때였다. 검은색 러시아식 털모자와 검은색 가죽 코트 차림으로 훈련 지휘소에 앉아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는 장면에서다. 김정은이 벗어놓은 검은색 가죽장갑, 성냥갑과 함께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흰색 담뱃갑에 ‘소나무’란 상표가 선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정은이 일회성으로 소나무 담배를 피운 것인지, 기존 담배를 완전히 교체한 것인지 불분명했다. 하지만 북한 매체들이 지난 24일 공개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4차 확대회의 화면에 김정은과 함께 이 담뱃갑이 다시 등장한 뒤로 정보 당국은 ‘담배 교체설’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보인다.

소나무 담배에 대해선 북한 전문가들도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올해 처음 등장한 신제품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보 당국은 별도의 정보망을 가동해 제조사나 성분 등에 대한 정보 수집을 마쳤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 담배 200여종을 수집해 작년 ‘북한 담배: 프로파간다와 브랜드의 변주곡’이란 책을 펴낸 동아대 강동완 교수는 “북한이 작년부터 애국심 고취를 위해 국수(國樹)인 소나무를 강조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김정은이 소나무를 택한 것도 이런 흐름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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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1월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으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왼쪽 사진). 김정은 앞에 놓인 테이블 위에 ‘건설’ 담배(붉은 원)가 보인다. 김정은이 2018년 6월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을 찾아 대사관 직원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역시 테이블 위에 ‘건설’ 담배(붉은 원)가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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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작년까지 피우던 ‘건설’ 멘솔(박하) 담배는 평양대성에서 만든 것으로 담뱃갑에 건설현장을 배경으로 붉은 깃발은 든 노동자가 그려져 있다. 니코틴 함량은 1.0㎎ 타르 함량은 10㎎이다. 2018년 6월 북·중 정상회담,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등 김정은의 주요 활동 때 자주 노출됐다. ‘건설’ 전에는 ‘7·27’이라는 담배를 즐겨 피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한국 돈으로 한 갑에 1만원 정도에 거래되는 등 북한 담배 중 가장 고가에 속한다.

김정은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흡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군부대와 공장·기업소 현지지도 때마다 불붙은 담배를 손에 든 채 각종 지시를 내리고, 노약자들이 밀집 생활하는 병원과 각급 학교·유치원 시찰 때도 실내에서 거리낌 없이 담배를 입에 물곤 한다. 김정은이 앉아 있는 곳엔 어김없이 재떨이가 비치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 발사대를 비롯해 인화물질로 가득한 각종 무기들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도 여러 차례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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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각종 시찰 때마다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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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전속 요리사로 13년간 김정일 일가를 눈앞에서 지켜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의 2010년 증언에 따르면, 김정은은 10대 때부터 어른들에게 떼를 써 담배를 얻어 피우곤 했다. 당시 후지모토는 “2000년 어느 날 한 초대소(별장)에서 정은이가 검지와 중지를 세워 입에 댄 채 나를 향해 ‘이거 하러 가자’고 꾀어내 이브생로랑 담배를 나눠 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건 북한에서도 상식에 속하지만 김정은 건강을 전담하는 의료진조차 김정은에게 금연을 권유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선 신격화된 수령에 대한 조언·훈계가 ‘최고 존엄 모독’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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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3월 5일 대북 특사단을 이끌고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일행과 만찬을 함께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정 실장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에게 “담배는 몸에 안 좋으니 끊는 게 어떠시냐”고 말했다. 김정은 부인 리설주가 “늘 담배를 끊으면 좋겠다고 부탁하지만 (김정은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손뼉을 치고 좋아하자 얼어붙을 뻔했던 분위기가 누그러졌다고 한다. 김정은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의용 실장,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천해성 당시 통일부 차관, 맹경일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창선 서기실장, 김상균 국정원 3차장, 리선권 당시 조평통위원장(현 외무상), 윤건영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 서훈 국정원장, 리설주.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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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면전에서 금연을 권유했다는 일본 매체의 보도가 나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2018년 3월 대북 특사단을 이끌고 방북한 정 실장은 만찬 자리에서 줄담배를 피우는 김정은에게 “담배는 몸에 좋지 않으니 끊으시는 게 어떠냐”고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 배석자들의 표정이 굳었지만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늘 담배를 끊으면 좋겠다고 부탁하지만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손뼉을 치고 좋아하자 김정은도 따라 웃었다고 한다. 자칫 어색해질 뻔했던 분위기가 겨우 누그러졌다는 것이다.

[이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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