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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홍콩보안법 갈등에 확전 꺼리는 미중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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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홍콩 특별지위 박탈 조치 당장은 없어…중국 공식 반응 자제

중국 법제화나 美 제재안 구체화 때 갈등 격화 가능성

연합뉴스

베를린에 등장한 코로나19 풍자 벽화
[EPA=연합뉴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추진으로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신냉전 시대를 맞이했다는 관측 속에서도 양국이 최악의 정면충돌은 피하려는 듯 조심스러워하는 기류가 엿보인다.

중국이 아직은 홍콩보안법을 정식으로 법제화하지는 않은 가운데 미국도 홍콩 특별지위 박탈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것은 아니어서 서로 상대방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다음 수순을 정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홍콩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지적하면서 홍콩 특별 대우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홍콩 특별 지위 박탈을 위한 조치가 즉각 시행되지 않은 점에 더욱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문제와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연계시킬 가능성도 특별히 시사하지 않았다.

그가 최근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어버릴 수 있다"면서 1단계 무역 합의 파기 가능성을 거론해 온 점을 고려한다면 이날 트럼프의 메시지 수위는 그리 높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조치를 시행할지 결정하기 전에 시간을 벌려는 것일지 모른다고 해석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최대 치적으로 여기는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의 진전 여부를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으며 홍콩에 사무실을 둔 1천300여개 미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 특별 지위 박탈 등에 대한 압박성 발언에도 중국 역시 관망 기류가 강하다.

31일까지 오전까지 중국 외교부 등 정부 기관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부분의 중국 관영 매체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민감한 외교 문제에서 중국의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대변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만 사설에서 "미국의 극단적인 전술은 자살 행위"라고 비난했을 뿐이다.

톈페이룽(田飛龍) 중국 항공우주대학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은 트럼프가 더 자세한 계획을 내놓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을 택했을 수 있다"며 "중국이 여러 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별 준비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중 갈등 격화의 도화선이 된 홍콩보안법이 아직 정식 입법 단계에 접어들지 않았다는 점도 양국이 충돌 직전 단계에서 일단 멈춰선 배경이 됐다고 볼 여지도 있다.

달리 말하면, 향후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마련해 공포하게 되는 시점에서 미중 갈등이 폭발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엄밀히 말하면 중국이 지난 28일 폐막한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홍콩보안법 초안'을 통과시킨 것도 아니다. 이번에 통과시킨 것은 홍콩보안법이 아니라 중국 본토 의회인 전인대가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홍콩 내 국가안보와 관련한 법률 체계를 만들자고 한 '결정'(결의)이다.

즉, 전인대 전체 회의 결정을 통해 홍콩보안법 제정의 정치적 당위성을 확보하는 절차를 먼저 거친 것이다.

전인대 전체회의는 홍콩보안법 제정에 관한 모든 실무적 절차를 통상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전인대 상설 기구인 상무위원회에 위임한 상태다.

전인대 전체 대표는 2천800여명이나 된다. 따라서 전인대 전체회의는 매년 한 차례만 2주일 동안 열리고 나머지 기간에는 수백명으로 구성된 상무위원회가 입법 등 전인대의 모든 권한을 위임받는다.

따라서 향후 전인대의 상설 기관인 상무위원회의 입법 절차를 완전히 거쳐야 홍콩보안법의 구체적 조문이 마련되고 발효될 수 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학 교수도 SCMP에 "홍콩보안법이 발효되면 미국의 일부 제재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며 "중국 역시 미국 관리들의 여행 금지 등 보복에 나설 수 있지만 모든 대응은 시진핑 주석의 승인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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