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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특파원 24시] “전염될까 봐 현금 안 써요” 코로나가 결제 습관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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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최근 영업을 재개한 미국 텍사스주의 한 가게에서 손님과 점원이 유리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카드 결제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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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미국에서 ‘현금 없는 사회’의 도래가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감염 우려 때문에 현금 사용을 꺼리고 대신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를 활용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신용카드가 없거나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과 저소득층의 소외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사회가 불안할 때에는 대체로 많은 이들이 현금을 쌓아두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현금이 바이러스 전파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업소와 고객 모두 현금을 주고 받기를 꺼려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당국도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에서 가급적 비대면 결제 방식을 권고해 아예 현금을 받지 않는 업소들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수년간 신용카드를 거부하고 현금만 받던 식당들도 이젠 현금 받기를 꺼리고 있다고 LA 타임스가 최근 전했다.

미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현금 사용 비중은 전체 거래에서 26%를 차지해 2017년(30%)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올해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현금 비중이 더 가파르게 감소했을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올해 3월 말 전자거래협회 조사에서 영업장의 24%가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사용이 늘었다고 응답했고, 고객과 업주 간 아예 접촉이 없는 모바일 결제가 늘었다는 곳도 27%였다.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선 “현금으로 물건을 전혀 구매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전체의 29%에 달했다. 모바일 결제 방식인 페이팔의 경우 4월에 하루 평균 25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양산하기도 했다. 페이팔은 전 세계에 3억2,5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 중 50%가 미국인이다.

소비자들의 결제 습관이 바뀌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돼 ‘디지털 화폐’의 발행이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 의회에서는 디지털 달러를 만들면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개인들의 전자지갑에 신속히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미국 일부 주(州)와 도시에선 저소득층과 노년층을 고려해 영업장들이 신용카드 뿐만 아니라 현금도 함께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뉴욕시는 올 1월 현금을 받지 않는 캐시리스 상점을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키기도 했다. 연방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6.5%가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직불카드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금융 격차를 줄여야 캐시리스 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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