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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쿠팡발 안정세, '깜깜이 감염' 7.7% 돌파···정은경이 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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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환자 주춤, '경로 미궁' 환자 속출

"항체 검사로 전체 규모 파악 시급해"

물류센터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다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방역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태원 클럽 발 'N차 감염' 확산 속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길어지는 감염의 연쇄 고리가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른 것이다.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깜깜이 감염'의 증가세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3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2주간(17~31일) 신규 환자(418명) 중 전파 고리가 불분명한 사례는 7.7%(32명)에 달한다.

감염 경로 확인은 방역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방역당국은 전파 고리가 불분명한 사례의 비율이 5%를 넘지 않아야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혀왔다. 이 기준은 생활 속 거리두기의 가능 조건 중 하나로 당국이 제시한 수치다.

문제는 '깜깜이 감염' 수치가 슬금슬금 오르는 데 있다. 4월 12일에 3.2%였던 ‘2주간 감염경로 불분명 비율’은 지난달 26일 5.6%로 늘었고 한 달 만인 지난 24일 6.6%까지 올랐다. 최근 2주간으로 따지면 7.7%나 된다. 방역 당국이 긴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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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시 행복한요양원에서 29일 오후 의료진이 입소자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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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최근의 감염경로 미궁인 환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학원과 부동산, 요양원·종교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이나 밀집도가 높은 곳에서 발생한 데 있다. 대규모 감염으로 번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동 연세나로학원 강사 A씨가 확진된 뒤 관련 환자는 11명으로 늘어났다. A씨가 일하는 학원 수강생 2명과 인천에서 부동산을 하는 A씨의 어머니를 포함한 일가족 5명 등이다.

방역 당국은 증상 발현일을 기준으로 A씨의 어머니를 초발환자로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감염경로를 특정하지 못한 상태다. 곽진 방대본 환자관리팀장은 30일 브리핑에서 “(물류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쿠팡과의 관련성보다는 가족에게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자와 기저질환자가 밀집해 취약시설인 요양원에서도 감염경로가 오리무중인 환자가 나와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 광주 행복한요양원에서는 지난 28일 68세 요양보호사가 확진된 뒤 전수 검사 과정에서 누적 환자가 6명으로 늘었다. 마찬가지로 감염원은 알 수 없는 상태다.

종교시설과 학교 등에서도 ‘깜깜이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기독교 캠퍼스 선교단체인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최초 환자가 나온 이후 강남구 교회 목사와 가천대 학생 등 이날까지 8명의 관련 환자가 발생했다. 첫 환자의 감염경로는 파악되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학교와 PC방 등 접촉자만 160명에 달하는 고3 학생 B군의 감염원을 쫓고 있다. 부산에서 15일만에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데다 B군의 경우 현재까지 해외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는 않은 걸로 파악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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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부산 금정구 내성고 정문에 학교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내성고 3학년 학생 한 명이 29일 오후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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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환자 증가 폭은 다시 둔화하고 있지만, 이처럼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당국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 환자의 감염 경로 파악이 늦어지면 제1 감염원을 놓치게 되고, 이들이 'N차 전파'의 연결고리로 작용하면서 또 다른 감염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지난 30일 “전체적인 지역 발생 상황은 겉으로 보기에 조금씩 감소 추세이지만 여전히 전파 고리가 불분명한 사례가 많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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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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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감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감염 패턴과 면역 형성률 등을 파악하고 방역망을 넓히기 위해 항체검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역사회 감염이 근본적으로 사라지기 전에는 계속 이런 산발적 감염이 계속될 것”이라며 “항원·항체검사를 통해 실제 어느 정도 감염원이 있는지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고 상황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도 필요성을 공감하고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잔여 혈청을 통한 10세 이상 국민 7000여명, 건강검진과 연계한 대구·경북 지역 주민 1000여명 등을 대상으로 한 항체 검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항체 검사 시약에 대한 종류나 검사법이 확실하게 정립이 되면 주기적으로 항체검사 대상자를 선정해서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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