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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재용 잇단 검찰 소환에 "사법 인질극·국가적 불행" 비판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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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검찰 기한 없는 수사에 재계·학계 우려 커져…수사결과 따라 삼성 미래전략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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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간의 중국 출장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일 오후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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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잇따라 소환되며 삼성그룹 안팎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COVID-19)와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따른 후속조치 마련에 갈 길이 바쁜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가 다시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옭아매자 재계뿐 아니라 학계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지난 26일과 29일 사흘 간격으로 이 부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 부회장의 검찰 소환조사는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영수 특별검사팀(특검)의 소환조사를 받은 지 3년 3개월 만이다.

삼성 측은 이번 소환을 예상하고도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에 G2(미국·중국)간 갈등 심화로 그룹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어 어느 때보다 이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한 국면에서 대내·외 행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이 부회장은 최근까지 숨가뿐 현장 일정을 소화해왔다. 지난 6일 경영승계 의혹 등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13일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삼성SDI 충남 천안사업장에서 만나 전기차 배터리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17일엔 글로벌 기업인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중국을 찾아 삼성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인 시안 사업장을 점검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시간이 없다"면서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언급하며 절박감을 표출했다. 이 부회장은 귀국 직후인 21일 경기도 평택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용 EUV(극자외선) 라인 신설을 밝히며 10조원 규모의 투자 결정을 내렸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검찰이 기한 없는 수사를 진행하면서 기업활동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기소된 지 1년 반이 넘었고 처음 문제가 제기된 지 4~5년이 됐다"면서 "정부가 스스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정권이 바뀌고 뒤집힌 사안이데 필요 이상으로 질질 끌면서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2016년부터 경영진을 사법처리 대상으로 삼으며 '사법 인질극'을 벌이는 검찰의 행위에 동의할 수 없다"며 "비상장 기업의 기업가치에 대한 판단은 객관적 평가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유무죄를 따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위기 상황일수록 최고경영자의 과감한 의사결정과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데 기업의 역량을 최대로 해야 할 때 정치적 압력에 대응하느라 집중하지 못하는 현 상황은 국가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도 "법리적 검토를 하는데 이 부회장을 소환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며 "정치적 압박 등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처사"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일단 이 부회장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1년6개월간 진행된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전체적인 조사 내용을 분석한 뒤 조만간 이 부회장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의 부재 상황이 재발할 경우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 등 삼성의 중장기 성장 전략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2017년 글로벌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업체 하만을 9조원대에 인수한 이후 미래 먹을거리 발굴을 위한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파기환송심이 표류하고 있는데다 5년째 이어지는 분식회계 수사로 경영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자체가 비용을 측정할 수 없는 국가적 손해"라며 "사법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 부회장이 현장 행보를 이어왔지만 검찰 소환에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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