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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상임위 독식 가능” 강경한 민주당에 ‘협치’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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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의장 뽑으면 상임위 독식 못 막아”… 개원 지연시킬 태세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와 만나 오찬을 함께하는 등 모처럼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나 싶었는데 21대 국회 개원 전부터 여야가 다시 격돌하는 모양새다. 핵심 쟁점은 177석의 ‘거대 여당’ 민주당이 국회의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차지할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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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연합뉴스


민주당은 그간 관행상 제1야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온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의 위원장 자리도 여당이 차지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분명히 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31일 21대 국회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6월 8일은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날”이라며 “시간이 남아 있으니 최선을 다해 야당과 협상하고 합의해서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여당 몫으로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면서 법사위원장 및 예결위원장을 비롯한 몇 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제1야당에 분배하라는 입장인 미래통합당을 향해 “특정 정당이 과반을 넘지 못하거나 과반을 겨우 넘는 상황과 (모든 상임위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 168석을 넘긴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통합당이 분명히 알아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모든 상임위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 뒤 그 힘으로 위원장 자리도 다 갖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자들이 표결에 따른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 가능성을 묻자 김 원내대표는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답해 부인하지 않았다.

문제는 상임위원장 선출 등은 일단 개원 후 풀어야 할 문제라는 점이다. 민주당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국회법에 따라 6월 5일 개원해 의장단을 선출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통합당은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을 막기 위해 개원을 미룰 수 있다는 태도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6월5일에) 의장을 뽑고 나면 의장이 상임위를 강제배정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원 구성 합의 전 의장 선출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의장 선출 이전에 여야 원내대표가 협상을 해 상임위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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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제1야당 의원이 맡아 온 그간의 관행을 근거로 두 위원장은 물론 다른 상임위원장도 몇 자리는 야당한테 내줘야 한다는 게 통합당의 입장이다.

177석의 민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면 103석의 통합당이 이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0’에 가깝다. 하지만 21대 국회의 상징인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부터 여야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민망한 장면이 재연되는 건 거대 여당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지난 28일 여야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대화하고 이 자리에서 “야당과의 소통을 담당할 정무장관직을 신설해달라”는 주 원내대표의 제안을 문 대통령이 일단 수용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무르익는 듯했던 협치 분위기가 회동 사흘 만에 깨져가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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