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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獨, 근로시간 탄력 운영 '고용유지'...佛, 稅혜택 늘려 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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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위해 노동개혁...獨·佛을 보라]

獨 집권당 기업 부담 최소화...통일연대세 등 폐지 움직임

마크롱 '제조업 부흥' 과감한 투자...'리쇼어링' 적극 추진

"한국도 위기 넘으려면 재정·통화정책에 구조개혁 수반돼야"

유럽 각국이 노동개혁과 세제개혁에 착수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자칫 머뭇거리다가는 큰 기회비용을 치를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재편될 경제 질서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 집권당의 정책 제안서에 담긴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면 우선 최저임금 동결 또는 인하 제안은 일자리 확충을 위한 방안에 강조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은 지난 2015년 처음으로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해 시간당 8.5유로를 책정했다. 현재는 시간당 9.35유로로 지난 5년간 10% 정도 올랐다. 지난 3년 동안 최저임금을 33% 올린 한국에 비해서는 느린 속도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심화된 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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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개혁도 추진하고 있다. 독일 집권당은 일일 최대 근무시간 제한을 없애고 대신 최대 근무시간 산법을 주 단위로 바꿔 주 48시간으로 포괄해 제한하는 방안을 내놨다. 탄력적으로 근로시간을 운영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높이는 조치다. 한국은 2018년 7월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후 각종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지만 2년이 지나도록 제도 보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기업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법인세 인하도 주요 골자다. 현재 독일 기업들은 통일 후 낙후된 옛 동독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통일연대세를 내고 있다. 통일연대세는 별도 세목이 있지는 않지만 소득세와 법인세에 5.5%의 세율을 추가 부가하는 방식으로 거두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기존에 내년에는 통일연대세가 사라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정책 제안서에는 이보다 앞서 오는 7월1일까지 통일연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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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뿐만 아니라 프랑스도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과 일자리 확충을 위해 친기업 정책을 보다 강화하는 모습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집권 이후 노동개혁과 법인세 인하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최고 33.3%에 달했던 법인세율을 오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25%로 낮추는 정책을 펼치고 있고 해외투자를 적극 유치해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EY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1,197건의 해외투자 프로젝트를 유치해 영국(1,109건), 독일(971건)을 제치고 유럽에서 1위를 차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마크롱 대통령이 고용과 해고에 대한 노동법을 완화하는 등 프랑스 경제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동개혁의 성과로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이후 프랑스 실업률은 2017년 2·4분기 9.7%에서 지난해 4·4분기 8.1%로 떨어졌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던 올해 1·4분기에도 실업률은 7.8%로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3월 내려진 봉쇄조치로 취업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이 실업률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영향도 있지만 사정이 비슷한 미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이 치솟은 것에 비해서는 선방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프랑스의 친기업 정책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마크롱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타격을 극복하기 위한 제조업 부흥 대책을 내놨는데 전기차 개발에 필수적인 배터리의 국내 생산을 추진하는 등 자동차 산업에 80억유로를 투입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프랑스의 대표 자동차업체인 르노그룹에 대출 지원을 하는 대신 고용유지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생산공장을 자국으로 귀환시키는 ‘리쇼어링’ 정책도 적극 추진 중이다.

이처럼 각국이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가 촉발시킨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연하고 과감한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데 비해 우리 정부는 되레 역주행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22%였던 법인세율을 최고 25%로 올렸고 노동개혁 정책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여전히 경직된 최저임금제도와 주 52시간 근로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업 경영 환경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재정·통화 정책뿐만 아니라 시장구조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며 “코로나19 이후 대량 실업이 발생한 미국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노동 유연성이 너무 높아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최저임금제도와 근로시간제도를 너무 경직되게 운영하는 것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병기·김기혁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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