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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일자리 못만든 기업, 지방투자 보조금 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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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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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업의 지방 이전이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지급하던 지방투자촉진 보조금의 신청 문턱을 높였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보조금만 타내는 '무늬만 지방투자기업'을 걸러내기 위한 조치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지방투자기업 유치에 대한 국가 재정자금 지원 기준 일부개정안'을 고시하고 지난 26일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에는 일정 요건을 갖춘 '국내 기업'이기만 하면 지방에 사업장을 신설·증설할 때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지방에 내는 사업장의 업종이 기존에 운영하던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산업용 부품 제조기업이 갑작스레 식품 제조업을 하겠다며 지방투자촉진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의 경우는 신청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산업부 장관이 보조금을 받은 지방투자기업의 선행 투자와 사업 이행 실적, 지역경제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조금 규모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국민 혈세로 지원을 받은 기업들의 중간 성적표를 매겨 실적이 미진한 경우 즉각 다음에 지급할 보조금을 감액하겠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보조금 신청이 한도 내 최고액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적이 좋다고 해도 증액해 줄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며 "투자 달성률, 고용 이행률이 저조하면 후속 보조금을 깎기 위한 취지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방투자촉진 보조금 지급 기준을 손본 것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지방 투자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보다 엄격한 돋보기를 들이대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제도 취지와 달리 지역경제에 별다른 기여 없이 혜택만 챙겨 가려는 '얌체' 사례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지난해 국무조정실·한국산업단지공단 합동으로 지방투자촉진 보조금 집행 실태를 점검한 결과 사업 이행 4~5년 차 기업 176개 가운데 9곳에서 법령·고시 규정 위반 사실이 확인돼 24억원이 환수되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업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 보조금을 환수하는 규정 등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신청 요건에도 좀 더 방향성을 명확히 담아야 한다는 의견 등이 나와 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기획재정부가 본사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에 상한선을 두고 이전 후 투자·고용 유발 효과에 따라 감면 혜택을 차등화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경제 활성화 없이 법인세 감면 혜택만 챙기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산업부는 업종 제한 등의 요건을 풀어 지방투자기업 보조금의 수혜 대상 자체는 확대했다. 지역 투자에 대한 의지만 분명하다면 굳이 복잡하게 업종을 제한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신규 상시고용 요건도 완화했다. 지금까지는 500명 초과 중소·중견기업은 최소 50명, 1000명 초과 대기업은 최소 100명을 고용해야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개정안은 최소 상시고용 인원을 각각 300명 초과 중소·중견기업은 30명, 700명 초과 대기업은 70명으로 바꿔 부담을 줄였다.

지방투자촉진 보조금은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 지방 사업장 신설·증설, 해외 진출 기업 국내 복귀 등 방식으로 지방에 투자하는 기업에 투자액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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