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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한국 수학사 확립, 日 버블 붕괴 예측…150권 저술 남기고 김용운 교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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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수학자이며 철학자, 문명비평가로 큰 족적을 남긴 김용운 전 한양대 교수가 지난 30일 오전 5시께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그는 한국 수학사를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전 교수는 192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일본 와세다대학교 광산과에 재학 중이던 시절 우리나라가 광복하면서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광주광역시 조선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광주제일고에서 교사로 재직했는데 임채정 전 국회의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이 당시 제자로 알려져 있다.

김 전 교수는 이후 30세에 유학을 떠나 미국 어번대 대학원, 캐나다 앨버타대 대학원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2~1965년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조교수, 1969∼1993년 한양대 수학과 교수를 지냈고, 일본 고베대학과 도쿄대학 등에서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1983년 한국수학사학회를 창립하면서 국내 수학계의 지평을 넓혔다. 1987년 한양대 대학원장으로 활동했으며, 2000~2003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지냈다.

고인은 생전에 수학은 물론 철학, 역사, 문학, 언어 등 다방면의 서적을 펴내는 등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남긴 저서만 '재미있는 수학여행' '인간학으로서의 수학' '한국 수학사' '중국 수학사' '나라의 힘은 수학 수준에 비례한다' 등 약 150권에 달한다. 1977년 간행된 '한국 수학사'는 지금도 출간되는 현대의 고전으로 꼽힌다. 일본어로 펴낸 책도 약 20권에 이른다.

1988년 펴낸 '일본의 몰락'은 1990년대에 일본에서 일어난 버블 경제의 붕괴를 예측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대 일본어의 기원이 백제어라는 분석을 담은 저서 '천황은 백제어로 말한다'와 바람(한국), 물(중국), 불(일본)에 동아시아 3국을 비유해 한·중·일의 지정학적 관계를 분석한 책 '풍수화'가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김 전 교수는 폐암으로 투병하는 와중에도 최근까지 집필을 해오며 지난 25일 '개인의 이성이 어떻게 역사를 바꾸는가'를 출간하기도 했다. 김용운·김용국 교수 형제는 웅진씽크빅 학습지였던 '웅진용운수학'을 개발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1994년 웅진용운수학이 출간되고, 이듬해인 1995년에 웅진씽크빅 통합 브랜드가 만들어졌다.

김 전 교수는 일본어를 비롯해 5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등 언어 능력도 뛰어났다. 최근에는 '김용운의 역습'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동영상을 제작해 올리면서 크리에이티브로도 활동해왔다.

김 전 교수 장남인 김호중 한양대 의대 명예교수는 "고인은 수학과 철학뿐만 아니라 인류학과 언어학을 섭렵하는 등 학문의 정점인 인문학을 추구했다"며 "마지막 저서에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과 그 속에서 개인이 할 노력에 대한 의지를 담으려고 애쓰셨다"고 전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호중 명예교수와 김희중 한의사, 딸 김영숙 청주대 예술대 명예교수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6월 1일 오전 8시이며, 장지는 경기도 양평군 갑산공원묘원이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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