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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 檢, 후배 극단적 선택 몬 前 부장검사 반년째 조사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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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홍영 前검사 수사 답보 / 행정법원선 상사 폭행 등 인정 / “형사처벌에 이를 정도 아니다” / 대검 감찰본부선 상관 고발 안해 / 일각 “檢, 대검 판단 뒤집기 부담” / 유족 “수사 지연… 제 식구 감싸기”

서른셋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김홍영 전 검사 사건이 검찰 수사 단계에서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1월 대한변호사협회가 김대현(52·사법연수원 27기)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를 폭행 및 강요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에 배당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김 전 검사에게 2년 동안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가해 2016년 5월 자살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사건이 배당된 지 약 6개월이 된 시점에도 단 한 차례 고발인 조사만 했을 뿐 기초 조사인 피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일보

3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 3월 사건을 접수한 지 약 4개월 만에 변협 측을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당시 참석자에 따르면 변협 측은 김 전 부장검사의 행위에 대해 위법성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검찰 측은 사실관계 파악과 아울러 김 전 부장검사와의 합의 의사도 물었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기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고발인 조사가 진행되고 며칠 뒤 피고발인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관례다. 이에 수사 진행이 통상적인 사건에 비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피고발인 조사가 사건 배당 반년이 넘었음에도 이뤄지지 않은 건 이례적인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본지가 사건을 대리하는 변호인단을 통해 검찰 측에 수사 일정을 문의하자 “검토 중”이라며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법조계에서는 대검 감찰과 행정소송 등을 통해 기초적인 사실관계와 쟁점이 비교적 선명하게 정리되고, 수사 자료가 검찰 내 충분히 공유된 상황에서 사건 수사를 지체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세계일보

지난해 11월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들이 고 김홍영 검사를 자살에 이를 정도로 폭언, 폭행한 김대현 전 부장검사를 폭행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대검 감찰본부는 2016년 김 전 부장검사가 상습 폭행 등을 저질렀다고 파악했고, 법무부는 그해 8월 김 전 부장검사를 해임했다. 다만 대검 감찰본부는 “형사처벌에 이를 정도는 아니다”면서 고발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검찰 측이 기소할 경우 대검의 결정을 뒤집는 것”이라며 “감찰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라 고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전 부장검사의 혐의는 과거 판결문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김 전 부장검사는 해임당한 이후 법무부의 결정에 반발해 해임취소 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망인이 자살을 한 주요 원인은 원고의 폭언과 모욕적인 언사, 신체적인 폭행 등 비인격적 대우로 인한 인격적 모멸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김 전 검사는 숨지기 전 상사인 김 전 부장검사로 인해 힘들어 하며 ‘죽고 싶다’, ‘김 부장이 술에 취해 때린다’ 등의 메시지를 동료에게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검사 회식자리에서 몸이 옆으로 휘청할 정도로 등짝 등을 얻어맞은 정황도 판결문에 적시돼 있다. 판결문을 보면 당시 김 전 부장검사 측은 “선배 입장에서의 훈계 목적이라 김 검사의 자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사건이 ‘검찰 개혁’과 무관하지 않은 만큼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폐쇄적인 ‘기수문화’와 ‘상명하복’이 강한 검찰 특유의 문화는 조직 운영의 민주화를 위해 개선돼야 한다는 요구가 컸다. 김 전 검사의 아버지 김진태씨는 이날 통화에서 “대검 감찰을 통해 조사가 끝난 사건이다. 수사가 늦어지는 데 ‘제식구 감싸기’란 의혹을 떨칠 수 없다”며 “반드시 형사처벌을 받아 인과응보의 대가를 치르기 바란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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