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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닛산, 한국 시장 철수에… 세계 車업계 코로나發 구조조정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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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등 수입차 점유율 22.6%→5.5%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망 회복 안 될 경우
도요타·렉서스·혼다도 철수 가능성 있어
르노, 공장 6곳 폐쇄·BMW “희망퇴직”
“인력 감원은 전기차 개발 집중” 관측도

일본의 자동차 기업 닛산이 올해 말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하면서 도요타, 혼다 등 다른 일본차 브랜드도 떨고 있다. 닛산이 쏘아 올린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전 세계 자동차 기업으로 확산될 분위기다.

3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닛산·인피니티가 한국 시장 철수 결정을 내린 결정적인 이유는 일본차 불매운동에 코로나19가 겹쳤기 때문이다. 한국닛산은 지난해 국내 불매운동은 버텨냈지만 코로나19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동시에 무너지자 결국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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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일본차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해 5월 일본차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22.6%의 판매 점유율을 기록했다. 판매되는 수입차 4대 가운데 1대가 일본차였다. 하지만 7월부터 불매운동이 본격화됐고, 9월 일본차의 판매 점유율은 5.5%까지 떨어졌다. 당시 닛산은 46대, 인피니티는 48대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이에 일본차 브랜드들은 1000만원 이상 깎아 주는 눈물의 폭탄세일에 나서면서 그해 12월 점유율을 12.2%까지 높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확산됐고 지난 4월 일본차 판매 점유율은 불매 운동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9월과 똑같은 5.5%로 뚝 떨어졌다. 4위권을 지켰던 일본차 브랜드는 이제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도요타·렉서스와 혼다도 닛산·인피니티에 못지않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4월 309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62.8%, 렉서스는 461대로 68.3%, 혼다는 231대로 68.6%씩 판매량이 줄었다. 이 3개 브랜드는 현재 “아직 한국 시장 철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자동차 판매망이 회복되지 않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된다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차가 일본차 시장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인지 일본차가 한국차 시장에서 떠나는 것에 대한 시장의 거부감은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닛산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코로나19발(發) 구조조정에 속력을 높이고 있다. 유럽의 자동차 업체에서만 최소 3만 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르노그룹은 지난 29일 1만 4600명을 감원하고 공장을 폐쇄하는 등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프랑스 내 생산시설 6곳 폐쇄, 모로코·루마니아 생산 시설 증축 중단, 러시아 공장 사업 재검토 등이 포함됐다. 한국의 르노삼성차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독일의 BMW는 50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할 계획이다. 독일 부품업체 ZF는 앞으로 5년간 최대 1만 5000명을 감원한다. 영국 맥라렌은 1200명을 구조조정할 예정이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영국 직원 3만 800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만 8000명을 휴직 조치했다.

자동차 기업들이 코로나19를 빌미로 인원 축소에 나선 배경이 전기차 개발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훨씬 적은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동차 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던 찰나 때마침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는 것이다. 실제 르노그룹은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3년간 20억 유로를 확보해 전기차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도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에 2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독일 다임러 역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전기차 판매 계획은 수정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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