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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수출규제 철회요청에 일 답변 없어…산업부 "상황 좀 더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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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답변 거부에 WTO 제소 재개 등 대응 전망

대법 징용배상판결 갈등 불씨 여전해 해결 난망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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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정부가 일본에 수출규제 철회 여부와 관련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제시한 시한이 31일로 종료되고 뚜렷한 답변을 받지 못하면서 향후 대응 카드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가 거론된다.

다만 정부가 일본 측과 좀 더 의사소통해야 할 상황이 생겼다며 향후 대응에 대해선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부 "日과 소통했다…상황 종합판단 후 대응"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에 수출규제 조치 원상복구와 관련한 견해를 31일까지 달라고 요청했지만 일본 측으로부터 뚜렷한 답신을 받지는 못했다고 1일 밝혔다.

하지만 일본 측이 우리 당국에 미묘한 '반응'을 한 게 있어서 이 반응이라는 게 우리가 요청한 답변인지 거부인지 등을 판단해야 할 상황이라며 수출규제 문제에 관한 추가 논의의 여지를 남겼다.

산업부 고위 당국자는 "일단 (일본 측의 어떤 반응이)우리가 요구한 대답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할 상황"이라며 "지금껏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을 계속해 왔는데 31일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모든 상황을 알려드릴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좀 더 판단해야 하는 이 '상황'에 대해 이 당국자는 언급을 피했지만 "여러 문제가 맞물리면서 생긴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정리되는대로 알리겠다고 재차 설명했다. 그렇다고 일본 측에 추가로 답변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산업부는 지난 12일 일본에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핵심소재(EUV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수출규제 강화 조치와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명단) 배제 관련 해결 방안을 이달 말까지 밝혀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일본은 대한민국 대법원의 일본제철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계기로 지난해 7월부터 한국만을 상대로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핵심소재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단행했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촉발 원인이었지만 일본은 수출규제 명분으로 Δ양국 간 수출관리정책대화가 장기간 열리지 않아 신뢰 관계가 훼손된 점 Δ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물자의 수출을 제한하는 '캐치올' 규제가 미비한 점 Δ수출심사·관리 인원 등 체제의 취약성을 내세웠다.

애초 일본이 수출규제 명분으로 내세운 조건들이 '핑계'에 불과했지만 일본이 부리는 몽니의 싹을 자르기 위해서라도 우리 당국은 일본이 제기했던 수출규제의 명분을 모두 제거했고, 이후 일본 정부에 수출규제 이전으로 원상복구를 촉구한 것이었다.

◇대응 첫 단계로 'WTO 제소 재개' 본격 나설 듯

산업부가 좀 더 상황을 지켜본다고는 했으나 일본 측이 시한 내 우리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우리 정부도 대응카드를 내밀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 안팎에선 'WTO 제소 절차 재개'가 가장 현실적인 대응 카드로 예상하고 있다.

WTO 제소 절차 재개는 지난해 9월 진행하다가 한일 양자협의 과정에서 멈춘 절차를 다시 재개하는 것을 뜻한다. 당시 정부는 일본을 압박하기 위해 부당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WTO에 정식 제소했고, 첫 분쟁해결절차인 양자협의 과정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을 이유로 중단한 바 있다.

이제 양자협의는 물 건너 갔으니 두 번째 단계이자 본격적인 재판에 해당하는 분쟁해결패널 설치를 요청하게 된다.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진 바 없지만 6월1일 진행되는 '수출입동향' 브리핑 질의응답 과정에서 산업부의 공식 입장이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더라도 수출규제 원상복구를 압박할 강력한 수단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WTO 내 국제무역분쟁의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기구(Appellate Body·AB)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기 때문이다.

7명의 상소위원(재판관)으로 구성된 이 기구는 현재 정상적인 판정에 필요한 3명의 위원마저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판결 진행 자체가 어렵다. 상소위원 선임은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되는데 WTO를 못마땅해하는 미국 측이 의도적으로 상소위원 선임을 반대하고 있어 상소기구의 정상화 시점을 가늠하기도 힘들다.

한 통상전문가는 "1심(분쟁해결패널)에서 우리가 이기더라도 2심(최종심)이 열리지 않으면 최종 판정은 무기한 연장될 수도 있들 것"이라며 "다만 WTO 제소 재개 자체가 일본에게는 압박 수단이 될 수 있으니 진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는 미국과 갈등 우려로 자제 관측

정부가 또 내밀 수 있는 대응 조치로 지소미아 종료 검토가 있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이 계속 수출 제재를 풀지 않는다면 8월23일 지소미아 종료 선언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지소미아는 1년 단위로 연장을 검토하는데 지난해 8월23일 언제든지 지소미아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을 정지한 바 있어 일본이 수출규제를 해제하지 않으면 8월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칫 한일 갈등이 한·미 갈등으로 더 크게 번질 수 있는 만큼 당장 꺼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통상학계 한 인사는 "한·미·일 안보 삼각 공조를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우리 정부가 쉽사리 들이내밀기는 힘든 대응 수단이 될 것"이라며 "다만 일본의 추가 수출규제 조치 등에 대한 대응 카드로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고 짚었다.

정부 안팎에선 일본이 수출규제를 꺼낸 근본 원인이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에 있는 만큼 이 문제를 매듭짓지 않고선 수출규제 문제 해법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정부가 여기에 손을 댈지는 미지수다.
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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