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민간 유인우주시장 활짝… ‘우주 택시’ 타고 달나라 가는 날 성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페이스X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

발사 12분후 우주궤도 안정적 진입… ISS 도킹-지구 귀환 임무 이어져

로켓 재활용 기술로 비용 90% 절감… 초기엔 발사실패로 파산 위기 겪어

4년 뒤 민간우주선 달착륙 목표… 트럼프 “상업 우주산업이 미래”

동아일보

트럼프 박수받는 머스크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설립한 민간우주회사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 발사에 성공한 뒤 오른손을 들어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뒤쪽 연단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괴짜’ 일론 머스크의 무모한 도전이 마침내 민간 유인 우주시장을 열었다. 머스크가 세운 미국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는 지난달 30일 오후 3시 22분(한국 시간 31일 오전 4시 22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자사의 재활용 로켓 ‘팰컨9’에 실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민간 우주기업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 땅에서 유인 우주선이 발사된 것은 9년 만이다.

크루 드래건은 높이 8.1m, 지름 4m의 캡슐형 우주선이다. 원래는 27일 발사 예정이었으나 기상 악화를 이유로 한 차례 연기됐다. 이번 발사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더글러스 헐리와 로버트 벵컨이 탑승했다. 크루 드래건은 발사 12분 후 로켓과 분리돼 우주 궤도에 안정적으로 진입했다. ‘데모2’로 불리는 크루 드래건의 이번 임무는 발사와 ISS 도킹, 지구로의 귀환까지 마쳐야 완수된다.

동아일보

머스크는 ‘저렴한 우주비행을 실현하겠다’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우주산업의 민간화에 대한 신념을 갖고 스페이스X를 세웠다. 발사 성공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감정이 벅차오르는 듯 “18년간 이 목표를 위해 일해 왔기 때문에 이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2002년 설립된 스페이스X는 한 번 발사하면 폐기 처분하던 로켓을 다시 회수해 재활용하는 기술로 발사 비용을 10분의 1로 줄여 민간 우주개발 시대를 연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스페이스X는 초기 세 차례의 로켓 발사 시험이 실패하면서 파산 직전까지 몰렸으나 NASA의 ISS 화물 운송계약을 따내면서 숨통이 트였다. 이후 크루 드래건의 전신이자 화물선 ‘드래건’을 개발하고 로켓 재활용에도 성공했다. 지금까지 20차례 ISS에 화물을 운송했고 이번에 우주인을 보내는 임무까지 맡았다.

이번 비행이 마무리되면 NASA는 스페이스X의 ‘우주 택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NASA는 우주선을 소유하지 않고 스페이스X와 보잉 같은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유인 우주선을 이용하는 우주 개발 방식이다. 이를 위해 보잉과 42억 달러(약 5조1700억 원), 스페이스X와 26억 달러(약 3조2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번 발사가 성공하면서 스페이스X 외에도 유인 우주선 경쟁사인 보잉,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우주개발기업 ‘블루 오리진’,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버진 오빗’ 등 민간 우주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는 블루 오리진과 함께 5월 초 미국이 우주인을 2024년까지 달로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민간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스페이스X는 달과 화성 등 지구 외 행성으로 민간인을 실어 나르기 위한 대형 우주선 ‘스타십’을 개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에 이어 이날도 케네디우주센터를 찾아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사 성공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주에서 미국의 미래에 관한 새로운 책무를 보여준 특별한 날”이라며 “오늘 발사는 상업 우주산업이 미래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신아형 기자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