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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소방관 딸 죽자 32년만에 나타난 생모… 유족 급여·퇴직금 8000만원 챙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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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 유산받은 친모 사례와 유사… 친부 "부당하다" 양육비 청구소송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유족 급여를 챙긴 60대 생모를 상대로 법적 다툼이 벌어졌다. 이 여성은 지난 1988년 남편과 이혼한 뒤 소방관 딸을 포함해 두 자녀를 양육하지 않았다. 그러나 딸이 숨지자 법정 상속인을 주장하며 유산을 받아갔다. 전남편은 "딸의 장례식에 오지도 않았던 사람이 뻔뻔하게 돈을 받아갔다"며 양육비 청구 소송을 냈다. 최근 가수 고(故) 구하라씨의 친모가 20년 만에 나타나 유산의 절반을 받게 된 경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3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 전주에 사는 A(63)씨는 지난 1월 전주지법 남원지원에 전처 B(65)씨를 상대로 양육비 1억895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와 이혼한 시점부터 두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매달 50만원씩 계산해 양육비를 청구했다.

32년 전 이혼한 A씨가 두 자녀의 양육비 청구 소송에 나선 것은 수십년간 딸을 외면했던 B씨가 뒤늦게 나타나 유족 급여 절반을 받아갔기 때문이다. A씨의 둘째 딸(당시 32세)은 지난해 1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119 구조대원으로 일하면서 얻은 극심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원인이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1월 A씨의 둘째 딸에 대한 순직을 인정하고, 유족급여 지급을 결정했다. 친모인 B씨도 이 사실을 통보받고 본인 몫으로 나온 유족 급여와 딸의 퇴직금 등 약 8000만원을 받아갔다. B씨는 사망할 때까지 매달 유족 연금 91만원도 받게 된다. 이에 A씨가 "1988년 이혼 이후 단 한 차례도 가족과 만나지 않은 생모가 유족 급여와 퇴직금을 나눠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B씨는 법원 답변서를 통해 "전남편이 집에서 쫓아내다시피 하며 나와 아이들의 물리적 접촉을 막았다"며 "딸들을 위해 수년간 청약통장에 매달 1만원씩 입금했다"며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이번 소송은 부양 의무를 게을리한 상속자가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에 대한 논란을 다시 일으킬 전망이다. 구씨의 오빠 구호인씨는 친모의 상속을 막아달라는 '구하라법' 입법 청원을 올렸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무산됐으며, 유족들은 21대 국회에서 재추진을 요청했다. A씨를 대리하는 강신무 변호사는 31일 본지 통화에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이른바 구하라법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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