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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일자리 잃고 굶어죽고 있다" 확진 신기록에도 봉쇄 푸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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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최다 발생에도 불구하고 단계적으로 봉쇄 조치를 완화할 계획이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피해보다 봉쇄령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더 클 것이라는 판단이다.

BBC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30일(현지시간) ‘봉쇄 해제 1.0’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인도는 3월 25일부터 내려진 봉쇄령을 31일 자로 해제하고 6월 1일부터 단계적 봉쇄 완화 조치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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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 조치를 내리자 뉴델리에서 근무하던 이주노동자들이 고향으로 향하고 있다. 차편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수백 킬로미터를 걸어서 이동한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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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완화는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에서는 식당·호텔·쇼핑센터·종교시설을 대상으로 봉쇄령이 해제된다. 2단계는 학교 정상화, 3단계는 영화관·스포츠 시설·국제선 항공편·지하철 운영 재개다. 이동 제한을 위해 시행했던 ‘야간 통행금지’ 시간도 2시간 단축해 오후 9시~오전 5시로 완화됐다. 다만 군중 집회는 허용하지 않는다.

이 조치는 코로나 확진자가 몰려있는 집중오염지역(컨테이너블 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집중오염지역 봉쇄령 기준은 각 지자체 판단에 따라 조치한다.



코로나19보다 경제 붕괴가 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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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뉴델리에서 이주노동자들과 가족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비하르 버스터미널에 모여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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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인도의 코로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30일 인도에서는 하루 새 확진자가 8336명으로 늘어 누적 확진자 수 18만1827명을 기록했다. 사망자 역시 이날 하루 205명이 증가했다.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5185명으로 이미 중국을 넘어섰다. 인도는 확진자가 백명대로 늘어나며 봉쇄 정책을 시행했지만, 확진자 수는 줄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수그러들지 않고 있음에도 봉쇄령을 해제하는 이유는 뭘까. 인도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위험보다 경제 붕괴로 인한 손실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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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북부 니하르주의 한 기차역에서 한 여성이 숨졌다. 일각에선 이주노동자인 여성이 봉쇄령 때문에 고향으로 이동하던 중 탈진해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의 아들이 담요를 들추며 엄마를 깨우는 모습이 SNS를 통해 확산됐고 외신은 인도의 강력한 봉쇄정책이 낳은 비극이라고 전했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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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뉴델리와 뭄바이 등 대도시에서 대규모 실직자가 발생하며 경제가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잃은 이주노동자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차편을 구하지 못해 거리에서 난민처럼 지내고 있다. 또 일부는 수백km를 자전거나 걸어서 이동하려 하지만 폭염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목숨을 잃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한 이주노동자가 인도 북부 비하르주 기차역 승강장에서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여성은 봉쇄령을 피해 고향 카티하르로 가는 중이었는데 음식과 물을 먹지 못해 숨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외신은 이 여성이 인도의 강력한 봉쇄 정책이 낳은 비극이라고 전했다.

싱크탱크인 인도경제모니터링센터(CMIE)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인도 노동자 1억22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 보건·의료 대비 충분해”



전문가 사이에서도 봉쇄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맥킨지 글로벌 컨설턴트는 이달 초 작성한 보고서에서 “인도 경제는 코로나19와 함께 관리돼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이코노미스트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도 “인도가 봉쇄령을 풀지 않으면 코로나19가 아닌 경제로 망할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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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 세인트자이에르 대학에 마련된 코로나19 환자 치료소.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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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봉쇄 완화 후에도 확산세는 계속될 것이라 우려도 나온다. 공중보건전문가인 나라야난 데바다산 박사는 “인도 내 코로나19 확산은 주로 대도시에서 일어났다”며 “봉쇄 조치로 이동하지 못했던 이주노동자들이 각 지역으로 코로나19를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데바다산 박사는 인도가 봉쇄 기간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한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봉쇄령은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시간 벌자는 목적이었다”며 “목표가 충족된 만큼 이제 봉쇄령을 해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봉쇄 기간 병원 내 코로나19 전용 병동을 추가했고, 격리 센터를 만들고, 보호 장비 생산을 늘리는 등 앞으로의 확산세에 대비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각 자치단체에 봉쇄령 조치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해 코로나19 확산과 경제 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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