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방역구멍’ 쿠팡, 고객도 새나가나···경쟁사 지난주 주문 급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 29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오정물류단지 내 쿠팡 신선센터가 운영을 중단하며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천시 쿠팡물류센터와 관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계속 늘고 있다.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도 용인 흥덕지구에 사는 A(41) 씨는 쿠팡 로켓배송 애용자다. 맞벌이인 A 씨는 쿠팡을 쓰기 이전엔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쿠팡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했다는 뉴스에 당분간 쿠팡서 주문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A 씨는 “단지 내 어린이집 교사가 확진자로 나와 위기감이 턱밑까지 온 기분”이라며 “주말에 필요한 것은 새벽배송을 하는 쓱닷컴(SSG닷컴)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쿠팡과 마켓컬리 물류센터의 코로나 19 확진자 발생이 경쟁사에 반사 이익으로 작용할까. 유통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아직 사태의 영향을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A씨와 같은 일부 소비자 이탈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새벽배송 주문 건수와 매출이 전날(28일) 대비 각각 15%, 40% 증가했다. 전주 같은 요일(22일)과 비교했을 때 매출은 37%, 주문건수는 14%나 늘었다. SSG닷컴 관계자는 “쿠팡의 영향인지를 얘기하기엔 이르지만 수치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품목별로는 반려동물용품(24.7%ㆍ전주대비)과 정육(24.1%) 매출이 가장 많이 늘었다. 이어 청소ㆍ세탁 용품(21.3%), 통조림(14.5%), 수산물(13.5%), 과일(12.8%), 생수(12.8%), 채소(12.7%), 라면(12%), 화장지(10%) 순이었다.

GS25에선 27~28일 유아 간식ㆍ기저귀 등 유아용품 매출이 지난주 같은 요일(20∼21일)과 비교해 198.9%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유아용품은 장보기 힘든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쿠팡에서 많이 사는 품목이다. 같은 기간 수박(77.7%), 채소ㆍ나물류(56.4%), 두부(49.9%), 축산(38.2%), 휴지류(29.8%), 반려동물용품(25.9%), 생수(20.1%) 등도 증가세를 보였다. 이 기간 롯데마트 온라인 매출도 13.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외출 자제로 롯데마트 오프라인 매출이 소폭 감소(-0.1%)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하지만 전주에 대규모 세일 행사인 빅스마일데이를 진행한 이베이에선 쿠팡 사태에도 오히려 전주보다 매출이 줄었다. 다만 전월과 비교하면 매출이 대폭 상승했다. G마켓에선 지난 28일 분유가 전월 동요일 대비 81% 뛰었다. 생필품도 44% 증가했다. 옥션에선 같은 기간 생필품 매출이 45%, 기저귀가 35% 증가했다. 이베이 관계자는 “빅스마일데이 수요가 이어져 전월 대비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쿠팡 사태와 연관성을 얘기하긴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30일 서울 영등포구 자매근린공원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워킹스루 현장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줄 서 있다. 영등포구는 지난 28일 여의동의 한 학원에서 확진자가 3명 발생한 것과 관련, 워킹스루 진료소를 긴급 설치했다. 구는 해당 학원이 있는 빌딩 내 학원과 교습소 등 총 50여개소에 대해 오는 31일까지 전체 휴원하도록 조치하고 내달 7일까지 휴원할 것을 권고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사 이익이냐 시장 성장 추세냐



쿠팡 경쟁사들의 매출 증가는 코로나 19 재확산 조짐에 따른 온라인 쇼핑 선호 현상의 연장 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은 주문 수와 매출 등 대부분의 수치를 비공개하고 있어 실제 타격이 있었는지를 알기 어렵다. 애플리케이션과 소매시장 데이터 분석사 와이즈앱에 따르면 28~29일 쿠팡의 하루 방문자 수나 매출 추이(카드사 결제 등 기준)에 의미 있는 변화는 없었다. 차양명 와이즈앱 대표에 따르면 “27~28일 방문자 감소는 2% 미만으로 평소와 큰 차이는 없다”며 “보다 장기적으로 봐야 영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4월 쿠팡 결제액은 1조7000억원이며 월 사용자는 1000만명이 넘는다.

매출이나 방문자 감소로 인한 타격과 별개로 이번 사태는 쿠팡의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쿠팡은 창업 10년 만에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제패하고 외형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위기관리와 소비자 대응은 미숙했다. 물류센터 안전에 대한 소비자 공지가 늦었고, 물류센터 폐쇄 결정 과정에서 소통이 잘 안 된 것이 대표적 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특히 인사, 노무 부문 관리가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업 체계가 기존 유통기업과 달라 단순 비교가 힘든 측면도 있다. 쿠팡의 성장 뒤엔 ‘말도 안 되는 낮은 가격(한 달 2900원 추가 요금)’으로 믿기 어려운 고품질 서비스(전날 주문 새벽 배송)를 제공하는 로켓배송 사업모델이 있다. 이를 위해 거액의 적자를 감수하는 동시에 주문에 따라 탄력적으로 고용을 늘리는 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주문이 늘면 일용직과 단기근로자로 늘려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지만, 안전이나 근무 환경 관리에 한계를 보였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