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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삼성 “불법 임원 문책” 천명, 이재용이 ‘결자해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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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무노조경영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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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횡령 등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임원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공개 천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뇌물공여 및 횡령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이 부회장과 삼성이 진정으로 준법경영에 충실한 새로운 삼성을 만들고자 한다면, 단호한 실천을 보여주기 바란다.

삼성전자는 5월29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9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서, “임원이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경우 해당 재판 결과가 확정되면 사안의 구체적 내용과 관련 법령을 종합하여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보고서에서 이런 내용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불법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임직원에게 엄히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 기업들은 일반 임직원의 경우 개인 비리라 해도 눈감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총수 일가와 고위 경영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 잘못된 관행으로, 오랫동안 국민의 지탄을 받아왔다.

보고서 취지로 보면, 이 부회장은 유죄가 확정될 경우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보고서도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일부 임원이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일부 유죄가 선고되었으며, 해당 재판은 환송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누가 봐도 이 부회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삼성의 의도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삼성전자는 보고서에 대해 “특정인을 지정해서 쓴 건 아니다”라며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삼성이 지난 3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총에서 회계사기 사건의 피의자인 김태한 사장을 재선임한 전력도 의심을 부추긴다.

현실적으로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아도, 정상적인 경영권 행사는 어렵다. 이미 대법원에서 횡령 혐의가 사실상 확정된 만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상당 기간 삼성전자에 취업할 수 없다. 편법으로 이를 피하면 큰 논란에 휩싸일 게 뻔하다. 더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회계사기 의혹 사건 수사도 진행 중이다.

삼성과 이 부회장이 모호한 태도를 보일수록 준법경영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는 의심만 커진다. 이 부회장은 5월6일 경영권 승계와 무노조 경영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며 준법경영을 다짐했고,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세부 실천 방안을 주문했다. 이 부회장이 결자해지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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