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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털어 먼지 안 나오는 회사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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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252편

[기업의 질문]

“우리가 흔히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나 회사 어디 있냐는 말을 하는데요. 요즘 언론이나 온라인 여론을 보면 어느 한 회사에 소위 말하는 ‘좌표’가 찍히면 사람들이 아주 탈탈 털어 회사를 엉터리 기업으로 인식되게 만들더라구요. 그렇게 털면 대체 어떻게 위기관리를 할 수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코노믹리뷰

맞습니다. 옛말에 틀린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속담을 위기관리 관점에서 바라보면 여러 교훈을 얻게 됩니다. 일단 누구나 공히 ‘털면 먼지가 난다’는 기본 원리에는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을 어찌 보면 ‘순리’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아주 당연한 현상이라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털어서 먼지가 안 나는 경우’가 이상한 것이겠지요. 순리에 반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모든 사람이나 기업은 털면 먼지가 난다 라는 명제가 순리라면 기업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실무그룹에서는 이 순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털면 먼지 나게 마련이니까, 함부로 먼지를 털려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주장이 위기관리에 도움이 될까요? 더 나아가 함부로 먼지를 털려고 하는 이해관계자(언론, NGO, 규제기관, 국회, 소비자 등)가 나쁘다 라는 개념은 도움이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털면 먼지가 나온다’ 라는 순리에 순응하는 위기관리는, ‘(언제) 털리더라도 먼지가 덜 나오게 꾸준히 문제를 살피고 관리해야 한다’는 이해에 기반하는 것입니다. 먼지 한 점도 안 나올 수는 없겠지만, 다른 기업이 털릴 때처럼 엄청난 뿌연 먼지를 피우지는 말아야 하겠다 해야 합니다. 먼지 정도는 어느정도 괜찮을 수 있지만, 털렸을 때 우리 회사와 관련해 굵직굵직 한 건더기가 떨어지면 절대 안된다. 그런 지저분한 회사는 만들지 말자 하는 것이 접근 방식이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목격되는 현상은 이런 이상적 이해와 노력과는 많이 달라 보입니다. 일단 많은 기업은 ‘털어 먼지 안 나는 기업 없다’라는 개념을 체념이나 자기합리화에 활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만 먼지 나는 건 아니 잔아?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인데…’ 이런 생각이 평시 위기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심리적 기반입니다.

일부 기업은 자사를 털려 하는 손을 관리하려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는 합니다.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에 대응하고, 국회를 찾아가고, NGO를 상대로 여러가지 딜을 합니다. 이는 털릴 수 있는 주렁주렁 붙은 먼지를 관리하는 접근이 아니라, 그 먼지를 털려는 손을 잡아 그때 그때 무력화시키려는 시도입니다. 이런 단발적이고 집중적인 시도를 위기관리라 착각하는 기업들이 꽤 많습니다.

가장 위험한 기업은 누구든 자사를 털어도 먼지가 나지 않거나, 아주 적은 먼지만 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만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이런 기업은 종종 털렸을 때 먼지를 넘어 큰 건더기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실상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대기업이 이럴 줄이야’ ‘지금까지 우리가 잘 못 알고 있었다’는 평이 여러 이해관계자로부터 나오게 되는 경우입니다.

어떤 사람이나 기업도 털면 먼지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십시오. 그리고 그런 순리에 따라 문제를 이상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평소에 노력하십시오. 가능한 적은 먼지를 지향하십시오. 일부 피치못할 먼지가 나왔을 때를 대비한 해명을 준비하십시오. 언젠간 털리겠지 하기 보다 언제든 털려 먼지를 피울 수 있다는 생각이 중요합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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