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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완벽스윙 집착 버리니…골프가 다시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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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서울 강남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최나연은 "반드시 재기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조효성 기자]


"정말 오랜만에 국내 대회 참가하잖아요. 엄청 설레고 기분이 좋네요. 지금도 연습장에서 레슨받고 있어요."

201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을 비롯해 9승을 올린 최나연(33·대방건설)은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오는 4일부터 사흘간 롯데 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리는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출전을 앞둔 최나연은 "연습량을 늘리고 레슨을 받으며 출전 준비를 하고 있다. 평소와는 다르게 굉장히 설레고 기쁜 마음이다. 준비를 잘해서 스스로 만족하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골퍼로 투어에 데뷔한 지 올해로 15년째 되는 베테랑 중 베테랑인 최나연이 이렇게 설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오랜만이다. 최나연은 200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이후 6승을 거뒀고, LPGA 투어에서는 통산 9승을 기록했다. 세계 랭킹도 2위까지 올랐고 2010년에는 LPGA 투어 상금왕과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을 차지하며 최고의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가장 교과서적인 스윙'을 꼽을 때 동료 선수들은 어김없이 최나연을 호명했을 정도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스윙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나연은 어느새 골프팬들 사이에서 조금씩 잊혔다. 2015년 6월 월마트 NW아칸소 챔피언십이 마지막 우승이었고 이후 허리 부상과 드라이버샷 입스(Yips)에 발목을 잡혀 슬럼프에 빠졌다. 2018년에는 아예 LPGA 투어에 병가를 제출하고 골프채를 잠시 놓기도 했다. TV에서 우승 경쟁을 하는 최나연 모습을 본 지 오래다.

최근 서울 강남 한 카페에서 만난 최나연은 본인 골프 인생을 돌아본 뒤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 가슴에 새기고 있는 한 문장이 있다. 내 유튜브 이름처럼 '나연 이즈 백'이다. 다시 재기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이어 "얼마 전 내가 우승했던 2012년 US여자오픈 중계를 봤는데 골프를 너무나 잘 치더라"고 말한 뒤 "당시에 내가 갖고 있던 자신감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 그 긴장감과 떨림마저 즐겼던 시절을 꼭 다시 한 번 경험하고 싶다"며 재차 '재기'에 대한 각오를 내비쳤다.

다시 한 번 전성기 시절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기에 독하게 모든 것을 바꿨다. 최나연은 "지금도 예전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연습을 많이 한다. 아침 9시에 무조건 연습을 시작해 오후 5시까지 하는 일정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스윙도 바꿨다. "허리를 많이 쓰고 팔도 빨리 돌리던 예전 스윙을 할 수 없다"고 말한 최나연은 "몸 전체를 움직이면서 골반 회전을 좀 천천히 하는 느낌으로 바꿨다. 그런데 드라이버 헤드스피드가 전성기 시절보다 늘었다. 지금은 시속 95마일 정도가 꾸준하고 나오고 캐리 거리(날아간 거리)도 235야드는 쉽게 보낸다"며 자랑했다. 완벽한 스윙보다는 '감각적인 스윙'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한 최나연은 "주니어 선수들이 레슨받는 걸 듣고 있으면 '아 맞아, 저렇게 하면 되지' 싶다. 정말 간단한 얘기들인데 머리에 확 꽂힐 때가 많다. 역시 골프는 단순하게 해야 한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그동안 골프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재미있게 하고 싶다"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서 골프를 즐기면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즐기는 골프'의 맛을 알게 된 최나연은 최근 새로운 도전도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 '나연 이즈 백'이다.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털털한 최나연 모습을 담았고 생생한 원포인트 레슨도 준비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평생 열심히 골프를 하고 살았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 기억에서 잊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최나연이라는 골퍼를 다시 알리고 진짜 제 모습을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최나연은 "은퇴한 후에는 스윙코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매니지먼트해줄 수 있는 '코칭'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최나연. "유튜브 채널 이름처럼 내 마음에는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어요. 예전처럼 우승 소식은 아니더라도 톱10에 꾸준히 들면서 최나연이 살아 있다는 것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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