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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해발 3000m 이상에선 코로나도 '고산병'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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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티베트의 3000~4000m 고지대 주민들 코로나 감염률 매우 낮아

해발 3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선 코로나바이러스도 ‘고산병(高山病)’을 앓아 힘을 못쓰는 것일까.

남미 페루(인구 3200만 명)에서 지금까지 코로나로 4000여 명이 숨졌다. 그런데, 15세기 잉카 문명이 안데스 산악 지역에 형성한 요새인 마추픽추로 가는 관문인 페루 쿠스코시는 인구 42만명이지만, 지금까지 3명만 사망했다. 쿠스코 시는 이번에 코로나 참사를 겪은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은 물론 전세계에서 연간 300만 명의 마추픽추 관광객이 찾는 도시다. 페루 전체 감염자가 14만1000명에 달하는데도, 쿠스코 시에선 916명에 그쳤다. 페루 전체의 인구 대비 감염율 평균보다 80%나 낮다. 그래서 현지에선 “바이러스도 ‘고산병’을 앓는다”는 농담이 나온다고 한다.

조선일보

마추픽추/페루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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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볼리비아·스위스 학자들이 안데스 산맥이 지나가는 다른 나라들이나, 티베트와 같이 3000m 이상의 고산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감염률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들 학자는 이 연구 결과를 호흡기학·신경생물학 저널에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평균 고도가 4500m인 티베트의 감염률도 중국 내 다른 저지대와 비교하면 “현격하게” 낮았다. 또 안데스 산맥이 지나는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의 3000m 이상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같은 나라에서 저지대에 사는 주민들의 감염률보다 각각 3분의1, 4분의1씩 낮았다.

에콰도르는 남미 최악의 코로나 발생 진앙(震央) 중 한 곳으로 3만8000명이 감염되고, 3300명 이상이 숨졌다. 그러나 이는 태평양에 접한 항구인 해발 4m인 과야킬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볼리비아의 코로나 감염자 수는 8387명. 그러나 이는 해발 416m인 산타 크루즈에 집중돼 있고, 해발 3640m인 수도 라 파즈는 410건에 그쳤다.

연구진은 높은 고도와 코로나바이러스의 낮은 감염률 사이에는 분명히 연관이 있어 보이지만, 이유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높은 고도에서 발생하는 낮은 혈중 산소 농도를 이겨내는 몸의 상태와, 건조한 산악 대기·높은 자외선 수준·대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의 능력을 감소시키는 대기압과 같은 ‘적대적인’ 자연 환경이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닐까 추정했다.

전세계적으로는 히말라야·이디오피아 하이랜드·안데스에 사는 3개 인구만이 고도에 적응하는 유전적인 적응을 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클레이턴 카울은 “인체의 고도 적응은 DNA 변화 보다는 기후 적응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그래서 같은 안데스 고산지대 주민이라도, 그 후손들이 사는 태평양 연안의 페루 수도 리마(해발 154m)에선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했지만, 안데스 산악에 사는 후손들은 최악을 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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