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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낮 서울역 묻지마 폭행 사건… 피해 여성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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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동생은 혼자 여행도, 서울역도, 비슷한 인상착의의 남성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호소

세계일보

세계일보 사진DB


대낮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30대 여성이 신원미상인 한 남성에게 폭행을 당해 눈가가 찢어지고 광대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30일 피해자의 친언니라고 밝힌 A씨는 소셜미디어(SNS)에 사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A시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지난 26일 오후 1시50분쯤 서울역 공항철도 15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했다.

당시 피해자 B씨는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역사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서 있었다. 그러던 중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과 부딪힌 뒤 ‘XXX’라는 욕설을 들었다. 갑작스러운 욕설에 B씨가 “뭐라고요?”라고 반문하자 남성은 주먹을 휘둘렀다.

얼굴을 가격당한 B씨는 그 자리에 쓰러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 남성은 그러고도 성이 풀리지 않았는지 다시 주먹을 들어 올렸고 B씨가 “도와달라”라고 소리치자 자리에서 도주했다.

B씨 측은 이 사건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주장한다. B씨가 있던 곳은 주변에 사람이 거의 없었고, 넓은 공간 탓에 지나다니면서 다른 사람과 부딪힐 상황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변에 사람들은 B씨가 폭행당하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B씨를 폭행한 남성이 유유히 자리를 피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폭행당한 A씨는 오후 1시53분쯤 경찰에 연락한 뒤 역사 직원이 도움으로 서울지방철도경찰대에 도착했다.

A씨는 “(이 일로) 동생은 얼굴 한쪽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었고 얼굴 전체에는 피가 뒤덮여 있었다”며 “병원으로 옮겨져 엑스레이 및 CT 촬영 등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동생을 보는 순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며 “(치료를 위해) 눈물 닦을 새도 없이 급히 응급실로 실려 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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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이 SNS에 게재한 X-RAY사진. B씨는 눈가가 찢어지고 광대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고 전해졌다. SNS캡처


◆범인은 오리무중

피해자 가족은 목격자 진술이나 피해, ‘다른 동선’(남성이 도주한 곳)에서 남성의 얼굴이 포착된 폐쇄회로(CC)TV는 확보했으나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라 폭행당한 증거 영상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가 지하철역에서 카드 사용 내역도 남기지 않아 수사가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를 착용해 인상착의만 기억할 뿐 가해 남성 얼굴은 알 수 없었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 A씨는 “CCTV 사각지대에서 폭행한 것으로 볼 때 계획적인 범죄로 봐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넓은 공간 의도적으로 다가와 어깨를 부딪치고 폭행에 이르렀다는 이유에서다.

사건 발생 후 엿새가 지난 1일 경찰은 범인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1일 국토부 산하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자세한 수사상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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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이 SNS에 게재한 사건 발생장소 사진. 당시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피해자 측은 주장했다. SNS캡처


◆피해자 측 “사건 후 B씨는 한숨도 못 자”

A씨는 동생(B씨)에게 생긴 상처도 걱정이지만 정신적 충격을 평생 안고 갈 것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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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이 SNS에 게재한 글. SNS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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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이 SNS에 게재한 글. SNS캡처


A씨는 “사건 이후 동생은 한숨도 못 자고 있다”며 “그날의 기억이 자꾸 떠올라 가슴이 두근거린다(호소)하고 식사도 못 하고 있다. 상처와 심리적 ‘흉터’(불안감 등)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이제 동생은 혼자 여행도, 서울역도, 비슷한 인상착의의 남성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가해자를 잡는다고 해서 이 고통이 모두 사라질까”라고 반문하며 “동생은 가해자가 잡혀도 보복 범죄를 걱정한다. 일면식도 없는 이가 행한 폭력에 여성 피해자가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 사회의 결과인가. 이 사건은 동생만의 문제는 아니고 우리 가족의 문제이자 여성들의 문제이다. 결국 사회 문제다. 같이 분노하고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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