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서울역 묻지마 폭행' 피해자 "제가 남자였어도 당했을까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역서 폭행 당한 30대 여성, 광대뼈 함몰

사건 공분에 '여성혐오범죄' 해시태그 확산

"성별갈등으로 사건 본질 가려선 안돼" 의견도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서울역에서 처음 본 남성에게 폭행을 당해 광대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는 피해를 봤다고 호소한 30대 여성이 쓴 글이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데일리

사진=SBS 뉴스화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피해자 A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50분께 서울역의 공항철도 출구 쪽 한 아이스크림 가게 인근에서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글에서 A씨가 설명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서울역사 내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공항철도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남성이 다가와 어깨를 부딪치며 욕설을 했다. 이에 화가 난 A씨가 “뭐라고요?”라고 소리치자 바로 욕설과 함께 A씨의 눈가를 때렸다. 이후 남성은 한 차례 더 폭행하려 했지만 A씨가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지르자 달아났다.

이후 A씨는 자신의 부상 증거와 목격자 진술, 다른 동선 CCTV에서 포착된 가해자 모습은 있지만 정작 범행 현장은 CCTV 사각지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CCTV로 촬영되지 않는 위치이며 남성의 열차 탑승 내역이나 역사 내 카드 사용 기록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사건 발생 1주일가량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으면서 이 남성의 범행동기도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글에서 A씨는 “전 국민이 이용하는 서울역에 CCTV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 대낮에 여전히 약자(특히 여성)를 타깃으로 한 묻지마 폭행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 공론화시키기 충분한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A씨는 “제가 건장한 남자였거나, 남성과 같이 있었다면 과연 이런 사고를 당했을까요”라고 물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왼쪽 광대뼈가 부서지고 함몰됐으며 왼쪽 눈가도 찢어져 수술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

사진=서울역 폭행사건 피해자 글


앞서 30일 A씨 가족이라고 밝힌 B씨도 “왜 가만히 있던 동생이 뼈가 부서지도록 맞아야 했는지, 그리고 경찰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묻고 듣는 일이 왜 이리 어려운지 혼란스럽다”면서 “목격자 진술 외 CCTV와 관련 이미지가 부재한 악조건에서, 피해자인 저희 가족이 바라는 건 그저 범인을 잡는 일일 뿐”이라며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해당 글과 사건 관련 사진이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이를 접한 누리꾼들도 “대낮에 서울역처럼 큰 지하철역 안에서 이런 일어 벌어졌는데 왜 범인을 못 잡나”. “묻지마 범죄는 가중처벌해야 한다”, “저런 몰상식한 사람이 다 있느냐”며 공분하고 있다.

이 사건은 ‘서울역 묻지마 폭행’, ‘서울역 여성혐오범죄’라는 태그와 함께 확산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가 아니라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고른 범죄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일면식도 없던 여성을 표적으로 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4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을 떠올리는 누리꾼들도 있다. 이와 함께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아직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고 사건이 밝혀지기 전이기 때문에 성별갈등부터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범죄자는 피해자나 가해자의 성별에 상관없이 처벌받아야 하는데 성별 대립으로 사건의 본질이 흐려진다는 우려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성혐오범죄’라고 정의하고 부르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최근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강남역 사건을 여성혐오범죄라고 부르기 굉장히 두려웠던 게 사실은 언어 어떤 어휘가 주어가 되면 그 어휘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학적 공식 용어가 아닌 여성혐오범죄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되면, 오히려 여성이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키울 수 있기에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