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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엔진차보다 싸게” 전기차 ‘100달러 배터리팩’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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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대중화 시대 누가 먼저 문여나

‘100달러’ 보급형 척도…작년 156달러

테슬라, CATL서 ‘80달러’에 받기로

전통 완성차 업체 추격 견제나서

폴크스바겐 3000만원대 출시 예고

GM “LG 합작사, 100달러 이하 가능”


한겨레

그래픽_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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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대 전기자동차를 만나볼 수 있을까.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주춤했던 전기차 가격 경쟁에 다시 속도가 붙고 있다.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내연기관 차 가격에 근접한 보급형 모델을 내놓자, 전기차 분야의 강자 미국 테슬라가 이에 뒤질세라 배터리를 바꿔 더욱 저렴한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올해 전기차 시장이 단연 주목하는 숫자는 ‘100달러’다. 전기차 원가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는 전체 전기차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전문가들은 동급 내연기관 차와 엇비슷한 가격에 전기차를 팔 수 있는 분기점으로, 킬로와트시(kWh)당 100달러의 배터리팩 가격을 꼽는다. 최근 미국 경제뉴스 통신사 <블룸버그>의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가 발간한 ‘2019 배터리 가격 조사’를 보면, 지난해 리튬이온 배터리팩의 거래 가격 평균은 킬로와트시 당 156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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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행보는 단연 관심사다. 6월 중 ‘배터리 데이’를 앞둔 테슬라는 최근 이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로이터>는 테슬라가 중국 업체 시에이티엘(CATL)에서 킬로와트시 당 80달러 수준의 배터리팩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론상으로는 휘발유차보다 저렴한 가격의 전기차도 가능한 숫자다. 그 비결은 코발트가 없는 배터리다. 올해 초 중국 정부는 테슬라 모델3에 자국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이 만든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들어간다고 발표한 바 있다. 코발트가 들어가지 않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다른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저렴하고 안전성이 우수하지만, 에너지 용량에 한계가 있어 그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다. 시에이티엘은 배터리에서 모듈을 빼는 셀투팩(cell-to-pack) 기술로 배터리의 무게와 부피를 줄여 이런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테슬라가 강도 높은 변화에 나선 이유는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대량생산 공정을 갖추고 단가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테슬라 독주 체제였던 전기차 시장에 일기 시작한 균열 조짐에 대한 테슬라의 대응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독일 업체인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미 킬로와트시 당 100달러 가격으로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이 올해 출시 예정인 전기차 ID.3의 가장 저렴한 모델은 주행거리가 330㎞(국제표준시험방식 기준)로, 3만 유로(약 4000만원) 이하의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저렴한 테슬라의 모델보다 1000만원가량 낮은 가격대다.

미국 지엠(GM)도 지난달 보도자료를 내고 “엘지(LG)화학과 설립한 합작법인에서는 배터리셀 가격을 킬로와트시 당 100달러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지엠과 엘지화학은 미국에서 3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셀투팩 등 신기술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만큼 당장 판도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해도, 배터리 기술이 전기차 시장에 몰고 올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의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까지 전기차 생산 단가를 낮추는 주요 전략은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생산 규모를 늘리는 방식이었다. 다른 업체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테슬라는 아예 전략을 바꾼 것”이라며 “테슬라의 전략이 성공하면 앞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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