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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엔구행’ 구창모 “올 시즌 개인 목표는 2점대 방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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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NC 구창모. N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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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토종 좌완 에이스 구창모(23)가 5월 한달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궜다.

1일 현재 구창모는 개막 후 5경기에 선발 등판해 다승(4승), 평균자책(0.51), 탈삼진(38개), 최다이닝(35이닝) 투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등 투수 전 부문에서 1위다. 이닝당출루허용률 1위(0.60) 퀄리티스타트 1위(5회) 볼넷ㆍ삼진비율 6위(3.22) 등 투구 내용에서도 압도적이다. 구창모는 1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작년에 10승(NC 좌완 최초)을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경기 운영에도 여유가 생겼다”며 웃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슬라이더 장착’을 꼽았다. 구창모는 그간 150㎞를 넘나드는 빠른공으로 상대 타자를 윽박질렀다. 올 시즌에도 빠른공 구종 가치는 9.8로 압도적인 리그 1위다. 하지만 올 시즌 슬라이더까지 장착하면서 한층 성숙해 졌다는 평가다. 구창모는 “지난해 (양)의지 선배가 슬라이더를 적극 주문했다. 사실 자신이 없어서 안 던지고 싶었는데도 계속 슬라이더 사인을 내시더라”면서 “던지다 보니 결과가 좋게 나오고 자신감도 붙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비운의 구종이 된 ‘체인지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롤모델인 양현종 선배를 보면서 체인지업을 많이 연구했는데 내게는 잘 안 맞는 것 같다. 체인지업은 잠시 접어두고 양 선배의 경기 운영 능력을 배우기로 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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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구창모. N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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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최고의 활약 중이지만 불과 2년 전인 2018년은 구창모에게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악몽의 해였다. 개막 이후 17경기에 선발 출전해 10연패를 당했다. 올 시즌 ‘개막 4연승’과 확연히 대비된다. 구창모는 “공격에서 득점이 많이 나면 내가 무너졌고, 내가 나름 잘 던진 날은 타선 지원이 안됐다”면서 “내가 마운드에서 타자와 싸우는지, 나 자신과 싸우는지조차 구분이 안됐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야구장 가기도 싫었고 누굴 만나기도 싫었다. 모든 이들이 나를 비난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투수로서 자세를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며 그는 “투수에게 승리가 얼마나 힘들고 소중한지 다시 한번 되돌아본 시기였다”고 했다.

지난해 개막 직후 부상을 자신의 ‘터닝 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부상 후 재활군에 있으면서 1군 경기를 보노라면 (김)영규와 (박)진우형이 구종이 다양하지 않고 구속도 빠르지 않은데도 확실한 제구력과 공의 움직임으로 경기를 잘 풀어갔다. 정말 많은 걸 느끼고 배우며 나 자신을 다질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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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구창모. N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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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창모를 이야기할 때 김경문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자 전 NC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김 감독은 구창모가 2015년 입단 이후 2군과 1군 불펜을 거쳐 선발 로테이션에 오르기까지 성장 과정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본 인물이다. 구창모 역시 “김경문 감독님이 끝까지 믿어주셨기에 제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달 스승의 날에도 연락을 드렸다고 한다. 구창모는 “김 감독님께서 ‘지켜보고 있다. 많이 좋아졌다. 대표팀에서 함께 야구 했으면 좋겠다’라며 칭찬해주셨다”고 전했다.

차세대 토종 에이스로 활약이 눈부신 만큼 팬들이 붙여준 별명도 많다. 대표적으로 ‘엔구행’(NC팬은 구창모 덕분에 행복하다)도 있고, 팀 선배였던 이혜천이 은퇴하면서 물려준 등번호(59)와 그의 젊은 나이가 엮인 ‘오구오구’(아이를 토닥거리는 모양)란 별명도 있다. 올 시즌엔 ‘구두기’로도 불린다. 최근 종영한 TV드라마 ‘스토브리그’에 나온 주인공 강두기의 2017년 성적이 구창모의 2019년 성적(10승 7패ㆍ3.20)과 정확히 일치해 팬들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구창모는 “‘오구오구’는 지금은 좋지만 나중엔 민망한 별명이 될 것 같다”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팬들이 좋아해 주신다는 뜻의 ‘엔구행’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드라마 속 강두기는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18승에 평균자책점 2.28을 올렸다. 그렇다면 ‘구두기’의 올 시즌 목표는 뭘까? 구창모는 “승리는 운이 많이 작용한다. 다승에는 큰 욕심이 없다”면서 “하지만, 선발 투수로서 ‘이닝이터’ 욕심은 크다.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 그리고 평균자책점은 강두기처럼 시즌 끝까지 2점대를 유지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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