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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실제로는 100척 넘을 수도, 아닐 수도…'카타르 계약'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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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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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억리얄(약 23조6000억원), 100척 이상'

한국 조선 빅3(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가 카타르 국영석유사 QP(카타르 페트롤리엄)과 맺은 LNG선 계약 규모다. 하지만, 이 같은 규모가 온전히 추후 조선 빅3의 건조실적으로 실현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번 계약이 일반적인 선박 수주계약이 아니어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석유사 QP(카타르 페트롤리엄)는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700억리얄(약 23조6000억원) 규모의 LNG선 계약을 맺었다.

QP측이 밝힌 계약 규모는 척수 기준으로 '100척 이상'이다. 현재 LNG선 1척의 가격은 평균 1억8600만달러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23조원 규모 계약은 103척 정도다. QP는 '빅3'로부터 100척 이상의 선박을 2027년까지 공급받게 된다.

이번 계약은 카타르 노스필드 가스전 확장과 북미의 LNG 프로젝트 등에 필요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추진됐다. QP는 2027년까지 LNG 생산량을 2027년까지 연간 7700만t에서 1억2600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구체적 계약 척수와 인도 일정 등이 명시된 일반적 수주계약이라면, 계약 규모는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고스란히 조선사 건조 실적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이번 카타르 계약은 다르다.

QP는 이번 계약 관련, 홈페이지를 통해 'LNG선 건조 예약을 위한 계약'(agreements to reserve LNG ship construction capacity)이라는 표현을 썼다. 업계에서는 '슬롯(건조공간) 예약 계약'(slot reservation agreement)으로 통하는 형태의 계약이다.

이번 카타르 가스전 프로젝트처럼 개발 규모가 크고 기간이 길어서 투입될 LNG선박의 정확하고 구체적인 규모를 특정하기 힘든 경우 일단 조선사에 건조가 가능한 도크를 사전에 확보해 두기 위한 계약이다. 때문에, 추후 가스전 개발 상황에 따라 실제로 조선사가 건조하게 될 척수는 유동적이다.

'슬롯 예약 계약'의 선례도 있다. 카타르는 이른바 '1차 LNG선 호황' 시기였던 2004년 조선 빅3와 90척 이상의 '슬롯 예약 계약'을 맺었다. 이를 바탕으로 빅3는 2007년까지 순차적으로 건조 계약을 가져갔는데, 실제 발주 척수는 53척에 그쳤다. 최대한의 건조공간을 확보해 둔 뒤 상황을 보며 실제 발주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이번에 100척 이상의 슬롯 예약 계약이 맺어졌지만, 모든 예약 계약이 실제 건조로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반대로 슬롯 예약을 넘어서는 수준의 실제 발주도 예상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0척 이상을 예약할 만큼 카타르의 가스전 개발 의지가 강하다는 점과 이를 통해 한국 조선사의 대규모 물량 확보가 가능해졌다는 점이 이번 계약의 의미"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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