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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피부세포로 파킨슨병 정복.. "홀로 신발끈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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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조지 로페즈 씨의 피부세포로 만든 도파민 신경세포를 로페즈 씨의 뇌에 이식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재미 한인 과학자가 세계 최초로 피부 세포를 이용해 파킨슨병을 치료했다. 환자의 피부 세포를 도파민 신경세포로 변형해 뇌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치료에 성공한 것이다. 이 과학자는 환자 맞춤형 세포치료가 파킨슨병 치료의 보편적 치료법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후속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은 2일 생명과학과 석·박사 졸업생 중 하나인, 김광수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의 연구 결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피부세포로 파킨슨병 정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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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줄기세포를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법 모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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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세계 최초로 환자의 피부세포를 도파민 신경세포로 만드는 '역분화 줄기세포' 기술로 파킨슨병 환자를 임상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환자의 체세포를 안정적으로 줄기세포로 전환한 뒤 이를 다시 도파민 세포로 분화시킨 후 뇌에 이식했다. 이어 2년간 도파민 세포가 뇌 안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관찰해 임상의 성공 여부를 판단했다.


이번 연구는 김 교수의 20여년간 이어진 연구 여정의 결정체다. 그는 바이러스 없이 환자의 세포로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도파민 신경의 분화 메커니즘을 밝혀 줄기세포를 효율적으로 분화하는 원리를 제시했다. 또 역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사 변화를 규명해 임상 적용이 가능한 새로운 역분화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파킨슨 병 동물 모델에 적용해 파킨슨 병이 호전되는 것을 입증했다.


그는 이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승인을 받고 69세 파킨슨병 환자(조지 로페즈)의 피부에서 만든 도파민 신경세포를 면역체계의 거부반응 없이 작용토록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이후 2년 동안 PET, MRI 영상 등 후속 테스트를 마친 후, 올 5월 임상 치료에 성공했음을 발표했다.

천재 과학자에게 전폭적인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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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하버드 의대 교수( KAIST 해외초빙 석좌교수, 총장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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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가 이같은 연구 결과를 얻을수 있었던 것은 파킨슨 병 임상치료의 대상자였던 조지 로페즈의 전폭적인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로페즈는 의사이자, 사업가, 발명가이자 파킨슨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던 환자였다. 그는 2013년 김 교수의 연구 결과를 주목하고 "나는 혜택을 못 받아도 좋으니 파킨슨병 연구의 극복을 위해 연구해 달라"라며 연구비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로페즈는 본인이 직접 임상에 참여했고 김 교수는 그의 피부세포를 이용해 파킨슨병을 정복하는데 성공했다.


김 교수의 연구 결과를실은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따르면 로페즈 씨는 임상 치료 이후 면역체계의 거부반응 없이 구두끈을 다시 묶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수영이나 자전거를 탈 정도로 운동 능력이 회복됐다.


파킨슨병 외에도 난치병 치료에 적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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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세포, 유도만능 줄기세포, 도파민 뉴런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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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가 주목을 받는 것은 환자의 세포를 이용해 부작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치료법인 개인 맞춤형 줄기세포 이식 치료를 실제 적용해 파킨슨병을 치료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신야 야마나카 교수(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유도만능 줄기세포 제조 기술을 제안했지만 실제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연구팀은 "유도만능 줄기세포 기술이 여러 가지 난치병 치료에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광수 교수는 "향후 안정성과 효능성 입증을 위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이 필요하며 FDA의 승인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여 년 정도 후속 연구를 계속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맞춤형 세포치료가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또 하나의 보편적인 치료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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