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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현장에서]`한명숙 사건` 당시 검찰수장이 답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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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 이름 뒤에 숨는 것은 비겁한 행태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제 승인과 결심 없이는 할 수 없다.”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를 두고 한 말이다.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당일 소환 조사 없이 부인 정경심 교수를 기소한 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리 감찰 무마 의혹 수사 등을 두고 여권에서 `검찰 정치`, `별건 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내놓은 답이다.

참여연대가 최근 발간한 `문재인 정부 3년 검찰 보고서`에서 검찰의 대표적인 정치 행태라는 오명을 쓰긴 했지만, 수사 지휘 권한과 그에 따른 책임은 총장인 자신에게 있다고 분명히 한 셈이다.

이데일리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15년 8월 24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10년 전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 검찰의 위증 종용이 있었다는 진정을 받아 진상 파악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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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최고위원회의 발언 이후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으로 정치권 안팎이 들썩이고 있다. 2015년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로 2년을 복역하고 만기출소했지만, 고(故) 한만호씨의 비망록 공개를 계기로 검찰의 강압 수사·증언 조작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당시 수사팀은 입장문을 내고 위증 교사나 강압 수사 등은 없었단 취지로 관련 의혹을 적극 반박하고 있다. 한씨의 동료 수감자였던 A씨가 법무부에 낸 진정을 검찰이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게 배당하면서 공은 일단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여권이 10년 전 사건을 다시 끄집어 낸 목적이 재심이나 재수사인지, 검찰 개혁 고삐를 죄기 위함인지, 한 전 총리 사면·복권을 위한 여론 조성용인지는 단언하긴 어렵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유무죄와 별개로, 당시 검찰 수사는 서울시장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명백한 정치 행태였단 점이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소속 김성식 의원조차 “별건 수사든 신건 수사든 새로 판을 벌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선거가 끝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었다.

지금의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최소한 당시 수사 지휘 라인이나 조직의 수장을 지낸 자가 떳떳하게 입장을 밝히는 게 옳다. `수사팀`이란 두루뭉술한 집합명사 뒤에 숨어 지엽말단을 두고 다툴 일이 아니다. 고검장을 지낸 한 변호사 역시 “조직 수뇌부를 지낸 자들이 후배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나 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비겁한 행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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