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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정부, 日수출규제 WTO 제소 절차 재개… 日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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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수출규제 조치 위법성 객관적으로 입증하겠다”

정부는 2일 일본이 한국에 실시 중인 수출규제와 관련해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 조치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통해 “일본 조치의 불법성과 부당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국제 사회에 부당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 산자부 기자실에서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재개에 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뉴스1


산업통상자원부 나승식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일본 수출규제 관련 한국 정부 입장’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나 실장은 “WTO 분쟁해결절차 정지 조건이던 정상적 대화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지난해 11월22일 잠정 정지했던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 조치에 대한 WTO 분쟁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나 실장은 “그간 기업과 정부의 다각적 노력을 통해 수출에 큰 차질이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 있는 상태”라며 “이러한 문제는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고 WTO 제소 재개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은 지난해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3개 품목 수출을 규제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 우대국)에서 제외했다. 일본은 수출규제 근거로 △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과 인력의 불충분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WTO에 분쟁해결 절차를 요청했다가 지난해 11월 수출관리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정책대화를 재개하고 이 기간에는 제소 절차를 잠정 정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국장급 정책대화를 통해 일본 측이 제기한 문제를 모두 개선했음에도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해소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후속조치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 일본 정부에 지난달 말까지 수출규제 해소에 관한 구체적인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나 실장은 우리 정부 산업부와 외교부, 일본 경제산업성과 외무성이 ‘2+2’ 국장·실장급 대화할 여지가 없는지에 관해 “지금 수출관리 정책을 담당하는 당국 간에 논의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당초 (한국의) 수출관리 제도와 관련해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다”며 “저희가 판단하기에 기존에도 수출관리 제도는 정상적·효과적으로 작동됐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제도 개선뿐 아니라 조직관리도 강화한 상태여서 일본이 당초 수출규제를 강화한 조치에 대한 (문제시했던) 모든 조건은 해소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측이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며 지적한 문제를 이미 한국은 개선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WTO에 제소해도 분쟁 해결 기능에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에 관해서는 “심지어 WHO 상소기구 폐지 논의도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상소기구가 폐지된다 해도 그 대안으로 여러 가지가 검토되고 있고, 저희가 (일본 정부를) 제소하면 1년 넘게 소요될 것이라 지금 단계에서 그런 상황을 예단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나 실장은 “사실상 WTO 기구에 대한 여러 논의를 미국 쪽에서 주도하는데 뒤집어 생각하면 WTO 자체의 결정이나 제소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WTO 제소를 통해 일본 조치에 대한 불법성과 부당성에 대해 충분히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고 공감대 형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 실장에 따르면 WTO에 제소해 분쟁을 해결하는 데 예상되는 기간은 13개월 정도다.

우리 정부는 실제적 분쟁 해결 외에도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위법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수출허가제 남용 방지, 유사조치 사전 예방 목적에서도 WTO 제소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나 실장은 “WTO 분쟁해결절차 재개는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해서만, 그것도 포괄허가를 개별허가로 바꿔서 수출제한 조치를 하는 것에 대한 불법성·부당성에 대한 것”이라며 “분쟁 과정에서 일본 조치의 부당성에 대해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지난 6월 1일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하역작업을 벌이고 있는 컨테이너선. 부산=연합뉴스


전날(1일) 한국 정부의 수출규제 해제 요구에 대해 ‘수출 관리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운용해 나간다’는 취지의 답변만 되풀이했던 일본 정부는 이날 “그간 수출관리 당국간의 대화가 계속됐음에도 한국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수출관리 수정은 수출관리제도의 정비나 그 운용 상태에 기반을 두고 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은 한국 정부의 대응방안 발표가 예정된 이날도 앞서 오전 기자회견에서 “수출관리에 관해서는 국제적인 책임으로서 적절하게 실시한다는 관점에서 국내(일본) 기업이나 수출 상대국의 수출관리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평가해 운용할 방침”이라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발언했다. 한국 정부는 이날 오후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나 실장은 일본 정부 답변에 관해 “일본 측의 답변이 있었으나 저희가 기대한 답변이 아니었다”며 “답변을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나 대화는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현재 WTO에 수출규제 3개 품목에 대해서만 제소를 재개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일본 측이 일부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완화한 측면은 있으나 3개 품목은 여전히 일반포괄허가가 아닌 품목 개별허가와 다름 없기 때문이다. 나 실장은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제소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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