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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폐지수입신고제에...제지업계 "폐지수거노인 생계 때문에 수입말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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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폐지값 급락 여파 이달말부터 수입신고제

수입산으로 고급 포장박스 만드는 업계선 난감

"수입량 전체의 5~6%뿐인데..." 생산 차질 우려

서울경제


이르면 이달 말부터 폐지 수입 신고제가 시행되는 가운데 골판지 업체 등 제지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수입신고제가 사실상 폐지 수입을 막는 장치가 될 것이란 우려다. 제지업계는 환경부가 폐지 관리를 신고제 도입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폐지 수거 노인 등의 생활고를 줄일 목적으로 폐지 수입에 따른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었다는 볼멘소리가 팽배하다. 자칫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폐지 수입에 일부 제동이 걸릴 경우 택배 박스 등에 쓰이는 골판지 등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일 제지 업계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폐지 수입 신고제가 행정 예고 절차를 끝내고 현재 규제 심사를 받고 있다. 특이 사항이 없어 이달 말부터 폐지 수입 신고제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올 초 중국의 폐지 수입 금지 사태의 여파로 국내 폐지 가격이 급락해 폐지 수거 거부 사태 직전까지 갔다면서 폐지 수입을 관리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한다. 시쳇말로 돈이 안 돼 폐지 수거도 잘 안 되는 판에 폐지를 수입하는 기업도 있는 만큼 이를 잘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물질 함량이 높은 불법 폐지가 섞여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수입산 폐지로 전자제품 등을 포장하는 박스인 고급 골판지를 만드는 아세아제지, 시멘트 포대 등을 만드는 페이퍼코리아 등 업계는 답답함을 호소한다. ‘질 낮은 종이 판지를 만드는 데 쓰는 국내산 폐지로는 고급 판지를 만들 수 없다’며 난감함을 토로하고 있다. 한솔제지 등도 수입 폐지를 섞어 백판지를 만들지만, 대부분은 골판지 제작에 쓰인다. 실제 지난해 1,150만톤의 종이 판지가 생산됐는데, 이것의 원재료 중 80%가 폐지(나머지 20%는 펄프)다. 이 폐지 중 수입산은 전체의 5~6%로 10%도 안 된다. 물량으로 보면 크다고 볼 수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수입신고제가 수입을 줄이기 위한 문턱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신고와 관련한 부속서류를 많이 준비하도록 하는 식으로 기업을 힘들게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기업들은 특히 정부가 주수입이 폐지 수거인 가정의 생활고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수입 신고제를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물론 환경부는 이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신고제로 운용되는 다른 폐기물처럼 시장 환경이 달라져 폐지도 신고제로 전환한 것”이라며 “폐지 줍는 노인 등의 생활고를 염두에 뒀다는 (업계) 주장도 있는데, 이는 정책의 부수적 효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베트남 등에서 국내산 폐지 수입이 점차 늘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국내 폐지 수출이 늘면서 국내 폐지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커져 굳이 폐지 수입을 어렵게 만들 유인도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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