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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현대제철, 전기로 열연공장 15년만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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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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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체들 시련이 길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단됐던 포스코, 현대제철 등의 해외 생산·가공 법인은 모두 가동을 재개하게 됐지만 주요 공급처인 자동차, 조선, 건설 등의 수요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정작 국내 제철소에서는 정상적인 생산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달부터 당진제철소의 전기로 열연(박판열연) 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포스코는 개보수 후 지난달 28일 재개하기로 했던 광양제철소 3고로의 생산 시작 시점을 늦추고 있다.

현대제철은 수주 부진으로 6월 한 달 동안 박판열연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박판열연은 지난 4월부터 생산량을 줄여오다가 결국 생산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이번 중단은 2005년 5월 박판열연 상업 생산을 개시한 지 15년 만이다. 박판열연의 연간 생산 능력은 100만t 수준으로 현대제철의 전체 생산 능력(2400만t)을 감안했을 때 큰 규모는 아니지만 수주 급감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의 단면을 보여준다. 고로(용광로)에 비해 전기로가 수익성이 낮고 생산량 조절이 쉽기 때문에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제철의 박판열연은 수주 물량이 급격히 줄면서 6월 수주는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생산 재개 시점을 비롯해 앞으로 박판열연 운영에 대해서는 노조와 협의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가 지난 2월 개보수를 시작한 광양제철소 3고로는 지난달 28일 재가동할 계획이었지만 연기했다. 4000억원을 투입해 개보수한 광양 3고로는 내부 용적 5500㎥의 초대형 고로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정확한 재가동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광양 3고로는 화입을 위한 마무리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시장 상황을 보고 탄력적으로 화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 4월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조강 생산 목표를 3670만t에서 3410만t으로 260만t 낮춰 잡았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는 가동을 시작하면 쉽게 멈출 수 없고 쇳물 생산량도 큰 폭으로 조절하기가 어렵다. 당장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포스코가 예정보다 화입을 늦추며 생산량을 유연하게 관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철강 수요 회복 시점을 감안해 이달 말에는 재가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일 국내 조선업체들의 카타르의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선 프로젝트 수주 발표는 철강 업체들 숨통을 틔워 주는 고무적인 소식이지만 아직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전방산업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큰 폭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세계 완성차 공장들은 지난달부터 생산을 재개했지만 바이러스 확산세가 완전히 꺾이지 않은 탓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현대·기아자동차는 해외 판매가 크게 감소하면서 최근 라인 가동을 멈추는 일이 잦아졌다. 미국과 유럽은 코로나19로부터 경제가 정상화 되더라도 산업 공급망 전체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주요 철강 수요산업이 올해 내내 부진을 겪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유력하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의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올해 철강 수요가 줄어들고 특히 북미와 유럽 수요 회복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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