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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日 해결의지 없다"…정부 ‘수출규제' WTO 제소 절차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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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日 해결의지 없다 판단” / 첫 절차로 양자협의 요청 계획 / ‘지소미아종료 카드’ 보류 주목 / 국내 업계, 양국관계 변화 주시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 재개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말까지로 못박았던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관련 입장 표명 시한이 지난 데 따른 것이다.

세계일보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그동안 잠정 정지했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를 재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 나승식 무역투자실장은 2일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현안 해결을 위한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지금 상황이 당초 WTO 분쟁 해결 절차 정지의 조건이었던 정상적인 대화의 진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22일 잠정 정지한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조치에 대한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했다. 앞서 산업부는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취한 3대 품목 수출규제와 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인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과 관련해 ‘5월 말까지 입장을 밝히라’고 일본에 통보했지만 일본은 전향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일본은 지난해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꿨다.

일본이 시한 내에 답을 내놓지 않음에 따라 정부는 WTO 분쟁해결기구에 국제 통상법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패널 설치를 요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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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WTO 제소 방침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관련 업계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수입선 다변화 등을 준비해 와 당장 소재 조달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번 WTO 제소로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하면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도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에서 자국 수출기업의 반발을 무릅쓰고 수출규제를 강화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진행된 일본의 수출규제가 실제 대일 수출입에 미친 영향도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수출규제 직전인 지난해 6월 대일 수출은 22억5600만달러, 수입은 38억8200만달러였다. 수출규제가 시작한 뒤 올해 들어서도 1월(수출 24억3500만달러, 수입 31억6400만달러), 2월(수출 22억6600만달러, 수입 37억7200만달러) 등으로 수출규제 전후 큰 차이가 없었다. 수출제한 품목 자체가 소량이었고, 불매운동 대상 소비재의 경우 대일 수입액 전체로 놓고 보면 극히 작은 비중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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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에 보다 강력한 신호를 보낼 조치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배경도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국제사회 여론에 폭넓게 호소할 여지가 있는 WTO 제소 절차와 달리, 지소미아 종료는 한·미·일에 국한된 이슈다.

게다가 지난해 이 일로 미국에서 잇따른 불만이 터져나왔던 것을 고려하면 정부가 다시 이 카드를 쓰기엔 부담이 없지 않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이날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해 “그간 수출관리 당국 간의 대화가 계속됐음에도 한국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한국 측 제도 개선의 실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중·홍주형 기자, 도쿄=김청중 특파원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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