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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결심 끝났다, 하늘 두 쪽 나도···" 5일 개원 밀어붙이는 김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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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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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뒤통수 안 칩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5일 날 진도 나갑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비공개 ‘소주 회동’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에게 했다고 밝힌 말이다. 통합당 불참 시 ‘단독 개원’ 방침을 직접 못 박은 건데, 나흘 뒤(2일) 민주당은 국회 의안과에 ‘5일 오전 10시’를 명기한 21대 국회 첫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국회 임기 시작 후 첫 회의를 제1야당 참여 없이 진행한 전례는 1994년 국회법 개정 이후 없었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도부에선 이날 “법대로” 개원하겠단 메시지가 반복해 나왔다. 이해찬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법으로 정해진 개원 일자, 상임위원장 선출 일자는 협상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김 원내대표에게 여러 번, 오늘도 강조했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도 합리적 결론에 이르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 섰다”고 소집요구서 제출 배경을 밝혔다.

Q : 협상에 진전이 없나.

A : 통합당이 아무런 태도 변화가 없다. 고뇌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이제 결심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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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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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결심 계기가 뭔가.

A : 저쪽(통합당)에서 (상임위원장을) ‘11대7로 나눠 갖겠다’, ‘법사위를 안 내놓으면 진도를 못 빼겠다’고 하더니 의장 선출마저 협상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 나는 주호영 대표가 꽉 막힌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통합당의 정서와 문화, 태도가 (20대 때와) 전혀 바뀌지 않았다.

Q : 그렇게 느낀 이유는.



A : (통합당이) 103석을 인정받으려면 177석의 무한 책임도 인정을 해줘야 한다. 177석을 무시하는데, 103석만 인정할 수는 없지 않나. 그냥 177석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그걸로 (국민의) 평가를 받는 수밖에 없다. 결심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도부의 강경 노선이 “통합당이 거여(巨與)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고 있다”(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나온다. 주 원내대표가 18개 상임위원회 중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은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데 대해 “입법·예산이라는 국회의 양대 권한을 야당이 다 가지려 하는 건 의석수로 대표되는 여야 힘의 논리에 어긋난 것”이라는 기류가 강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김 원내대표는 “우리 당에서 지금 내가 가장 온건하다”고 표현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현실적 노림수가 법사위원장 탈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합당 몫인 법사위원장을 가져와야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폐지, 정부·여당 주도의 법안 통과가 쉬워져서다. 김 원내대표는 ‘일하는 국회’라는 명분적 우위를 내세워 통합당을 압박 중이다. 그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임시회 소집 요구서 채택은 일하는 국회의 첫걸음”이라며 “법의 뒤에서 여야 흥정이 정치인 양 포장되던 잘못된 관행을 청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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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부터), 김태년 원내대표와 이낙연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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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갓 한 달을 앞둔 김 원내대표에게 ‘법정 개원일 사수’가 첫 협상 성과를 드러낼 수 있는 상징적 목표라는 해석도 나온다. 취임 직후 윤미향 사태·한명숙 재심 주장 등으로 적잖이 홍역을 치른 그가 86 운동권 출신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로 ‘처음 밀리면 계속 끌려다닌다’고 판단했다는 거다. 김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이대로라면 통합당은 상임위원장을 한 석도 못 가져간다. 조금이라도 여지가 있을 때 실리를 생각해야 한다”며 “보수 진영의 비판은 일을 잘해서 만회하겠다”고 했다.

이날 정의당(6석)과 열린민주당(3석), 더불어시민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의원 2명은 민주당의 소집요구서 제출에 동참했다. 지난해 말 ‘4+1 협의체’를 연상케 하는 ‘신(新) 3+1’이라는 지적이 나왔는데 민주당은 “미래통합당 외 다른 당과는 논의가 다 됐다”(홍정민 원내대변인)며 단독 개원 비난을 형식적으로 비껴가는 자세를 취했다.

남은 변수는 5일 임시회에서 박병석 내정자를 국회의장으로 선출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이다. 제1야당 참여 없이 의장단 선출을 강행할 경우 “중립성, 공정성의 상징인 의장직 권위가 흔들릴 수 있다”(여권 인사)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 내정자는 이날 통화에서 “국회 운영 및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일에 대해 평가를 하거나 의견을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통합당 없이 의장단 선출을 강행할 경우 정진석 의원으로 내정된 야당 몫 부의장도 공석으로 남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일방적으로 의장단을 선출하고 5일 개원을 강행하는 것은 분명한 위법이며 묵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시작부터 협치 전혀 없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듯한 인상을 남기면 상대방을 띄워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수도권 재선 의원)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김 원내대표는 “통합당 참여 없이 의장단을 선출한다는 의미는 그다음 일정도 계속 진행한다는 의미라고 주 원내대표에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늘 이 회의장(본관 246호)에 와보니 세상이 많이 변한 것을 실감한다”(이해찬 대표)는 말로 시작한 민주당 의원총회는 소집요구서 제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심새롬·정진우·김홍범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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