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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부산성폭력상담소 "힘·돈 있으면 구속 걱정 없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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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집무실에서 부하 여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2일 기각되자, 피해 여성을 보호하고 있는 부산성폭력상담소가 “고위공직자일수록 더욱 엄중하게 죄를 다스려야 한다는 점을 법원이 간과했다”며 비판했다.

조선일보

부하 여직원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부산 동래경찰서 유치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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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성폭력상담소는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고위공직자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재판부의 성 인지 감수성을 기대한 것이 잘못이었던가”라며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가 이 사안에 대해 국민에게 던진 대답은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은 비록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구속에 대한 걱정 없이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권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공직의 무거움을 알리는 이정표를 세울 기회를 법원은 놓치고 말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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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이 기각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해 2일 부산성폭력상담소가 발표한 보도자료. /부산성폭력상담소


상담소 측은 피해 여성에 대해서도 “지금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2차 가해로 괴로워하고 있고 언제 다시 자신의 근무 장소로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피해자는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는데 가해자만 구속이 기각된 채 일상으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 초 업무시간 중 집무실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이 불거지자 피해 여직원은 피해 사실을 부산성폭력상담소에 신고했고, 같은달 23일 오 전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경찰은 오 전 시장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도 이를 검토해 법원에 청구했다. 오 전 시장은 2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부산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았지만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법원 측은 “범행 장소와 시간,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사안이 무겁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증거가 확보되고 오 전 시장이 범행 내용을 인정했다. 또한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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