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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조선 3사, 카타르 LNG선 100척 수주… 역대 최대 23조 ‘잭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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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업황 부진 세계 최고 기술로 극복 / 건조량·설계 안정성 등 中 경쟁 상대 안 돼 / 탈황 규제로 수요 증가… 부활 신호탄 기대 / “각국 선사들에 영향… 조선업 재도약 호기”

세계일보

한국 조선업계가 23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선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극심한 업황 부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주 가뭄 속에 이뤄낸 쾌거다.

2일 조선업계와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 석유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3개사와 700억리얄(약 23조6000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건조 계약을 맺었다. 계약 내용은 QP가 2027년까지 조선 3사의 LNG선 건조공간(슬롯) 상당 부분을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대규모 선박 발주 전에 선박 건조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계약을 먼저 체결하게 된다.

비밀유지 합의에 따라 업체별 할당량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업계는 국내 조선 3사가 모두 100척 이상의 LNG선을 건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계약은 카타르 정부가 추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LNG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다. 카타르는 LNG 연간 생산량을 기존 7700만t에서 2027년까지 1억2600만t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하고 증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NG선 분야의 최고 기술력을 갖춘 국내 조선업계는 일찌감치 카타르에 관심을 갖고 수주를 준비해 왔다. 한국보다 기술력은 뒤처지지만 중국도 막대한 선박금융을 바탕으로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 은행들은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선박 비용의 60%에 대해 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QP가 중국선박공업(CSSC)과 200억위안(약 3조5000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16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이 수주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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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한국 조선업계가 나머지 대규모 물량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뒷받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LNG선 시장은 일본 업체들이 장악해 왔지만, 국내 조선사들이 선체와 화물창을 일체화한 ‘멤브레인’ 형태를 개발하면서 1990년대부터 세계 시장을 지배했다. LNG선에서 자연 발생하는 증발가스를 100% 다시 액화하는 ‘완전재액화시스템(FRS)’은 국내 업체끼리 치열한 기술력 경쟁을 펼치며 중국 업체와는 상당한 격차를 벌려 놓은 상황이다.

건조 물량이나 설계 안정성에서도 아직 중국은 경쟁 대상이 아니다. 국내 기업은 조선업 기자재 국산화율이 90%가 넘지만 중국은 5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극심한 수주 가뭄을 겪어온 조선업계는 이번 카타르 수주가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 탈황 규제가 시작되고,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LNG선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반기에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인 노바텍이 쇄빙 LNG 운반선 발주를 앞두고 있고, 프랑스 석유 회사인 토탈이 모잠비크 LNG선 발주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카타르의 수주 결과가 다른 나라의 선사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의 물량 공세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만큼 한국 조선업이 재도약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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