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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민주당, 소신을 징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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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공수처 표결 기권 징계 받자 “이게 정상이냐”

당에 재심신청키로…학계 “소신 막는 건 민주주의 위협”

중앙일보

당론과 달리 공수처법에 기권표를 던져 징계를 받은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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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론을 따르지 않은 국회의원의 투표는 소신인가, 징계 대상인가.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징계 결정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헌법과 법률, 의회민주주의에 반한다”는 비판이 일면서다. 앞서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25일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말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당론 위배)로 경고를 의결하고 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했다.

금 전 의원 측은 2일 “재심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 전 의원도 이날 오후 ‘경고 유감’이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시민의 대표로서 정치인은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등에 대해 당 지도부는 함구령을 내리고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2006년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을 신문사에 기고한 후 검찰총장에게 경고를 받은 일을 언급하며 “정당이 검찰과 비슷한 일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도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실제 말이 징계지 내부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다. 강제 당론을 안 지켰는데 아무것도 안 하면 강제당론이 의미가 없다”며 “당은 당론을 모아가는 조직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경우 강제적 당론을 채택하고 (반대할 경우) 그 수위에 맞게 윤리심판원에서 판단해 경고 절차를 거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회의원을 당 지도부에 종속된 것으로 보는 비민주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금 전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징계가 위헌·위법이라는 주장은 ‘자유투표의 원칙’을 근거로 한다. 헌법(46조②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과 국회법(114조의 2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은 국회의원의 소신과 양심에 따른 투표를 보장하고 있다. ‘당론 위반’을 당원 징계 사유로 규정한 민주당 당규가 헌법과 법률에 우선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민주당 당규에 별도로 규정된 ‘국회의원 징계 사유’에는 당론 위반이 포함되지 않아 금 전 의원의 투표 행위에 적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금태섭 “당 지도부, 조국·윤미향 사태 함구령 비정상적”

학계에서는 크로스보팅(교차투표·소속 정당의 노선과 반대되는 투표) 가능성이 차단되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는 우려가 크다. 강신구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회제 민주주의에서는 당론으로 소속 의원의 표결을 구속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대통령제에서는 당론을 넘어서는 교차투표의 가능성은 대통령과 의회가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하게 하는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 내부의 의사결정 규칙을 따른 것이겠지만, 민주당이 앞으로의 정국에서 독주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교수는 “크로스보팅이 안 된다면 당론이 부닥치는 국회는 무조건 파행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300명은 왜 필요한가”라며 “국회의 기본 기능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했다. 김 교수는 “21대 의원에게 가이드라인을 준 지도부에 초선 의원들이 공식 항의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초선 의원의 보좌관은 “당내에 ‘본보기’ 효과를 주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지난해 금 전 의원과 함께 공수처법에 반대하다 본회의에선 찬성표를 던진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이 소신을 가지고 판단한 걸 징계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며 “금 의원은 이미 경선에서 탈락해서 낙천하는 책임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이미 오래전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자유주의 정당이기를 멈추었다”며 “운동권 출신들이 아는 유일한 의사결정 시스템이 이른바 ‘민주집중제’여서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원은 처벌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야당은 민주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윤미향 비판하는 사람은 금태섭 꼴 된다는 협박”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판사 출신인 김기현 통합당 의원은 “국회를 정부 출장소로, 국회의원은 거수기로 생각하느냐”고 했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소신이 죄가 되는 집권여당, 의회 정치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며 “당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의원에 대해선 반드시 보복한다는 집권여당의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김승현 정치에디터, 손국희·박해리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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