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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폭도들은 인간쓰레기" 초강수 트럼프, 7200여명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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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질서의 대통령" 외친 트럼프, 시위 진압에 연방군 투입하려 '폭동 진압법' 발효 검토 나서

1일 오후 6시 30분쯤(현지 시각) CNN 카메라엔 주 방위군 병력이 백악관 주변으로 속속 배치되는 장면이 생중계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분 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시위대에 "연방군 투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나는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라고도 했다. 이날 워싱턴엔 이미 1200명의 주 방위군이 배치된 상황에서 600~800명의 병력이 추가로 투입됐다. 연방군 소속 헌병대도 워싱턴DC 인근에서 투입 대기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맞춰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백악관 주변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워싱턴DC 시당국에서 설정한 통행금지 시간(오후 7시)까지 20여분이 남은 상황에서 실시된 갑작스러운 진압 작전에 시위대는 뒤로 물러서다 넘어지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워싱턴 경찰은 오후 8시부턴 체포 작전에 들어가 시위대를 연행했고, UH-60 블랙호크 등 헬기들이 저공 비행하며 시위대를 위협했다.

조선일보

호주서도, 네덜란드서도… 전세계로 번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 - 2일(현지 시각) 호주 시드니의 한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모여 미국 경찰의 과잉 체포 과정에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위 사진). 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담 광장에서도 플로이드 추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한 참가자는 ‘정의 없이 평화 없다(No justice No peace)’라고 적힌 팻말을 들었다(아래 사진). 호주·네덜란드뿐 아니라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뉴질랜드 오클랜드 등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연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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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시위에 대한 강경 입장을 밝히고, 전국에 중무장한 주 방위군들이 속속 배치되면서 미국 전역이 사실상의 군 통제 상황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날까지 미국 전역에 배치된 주 방위군은 6만7000명으로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규모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 중 시위 진압에 동원된 인원은 약 1만7000명이고 나머지는 코로나 지원 등 후방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경찰 등 기존 행정 인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미국의 혼란이 커졌다는 것이다. 미 CBS뉴스는 지난 주말인 29~31일 미국의 43개 도시에서 72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지사들과의 화상회의에서도 폭력을 행사한 시위대를 "인간쓰레기(scum)"라고 부르며 "여러분(주지사)은 제압해야 한다. 제압하지 못하면 그들(시위대)은 여러분을 얼간이(jerks)로 볼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요구했다.

미 NBC방송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가 격화할 경우 연방군 투입을 위해 '폭동진압법' 발효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행법상 일상의 치안 유지엔 연방군을 투입할 수 없다. 그러나 1807년 제정된 폭동진압법을 발동하면 가능하다. 백악관은 시위 대응을 위해 중앙지휘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여기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참여한다.

조선일보

약탈당한 韓人 의류 가게 - 미 시카고 사우스사이드에서 지난 31일(현지 시각) 교민 김학동씨의 의류 가게 ‘시티 패션스’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에게 약탈당해 물건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김씨는 CBS 시카고에 “시위대 20~30명이 약탈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CBS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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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강공에도 이날 미국 전역에선 시위가 계속됐다. 뉴욕에선 1943년 백인 경찰이 흑인 병사를 총으로 쏘아 죽여 소요 사태가 일어난 뒤 처음으로 밤 11시부터 통금이 설정됐다. 일부 시위대는 맨해튼에서 노드스트롬 백화점 등 상가의 창문을 깨고 약탈을 했고, 뉴욕 경찰은 밤 11시가 넘어가자 타임스스퀘어 광장 등에서 체포 작전에 들어갔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본사 앞에서도 통행금지 시간인 오후 9시 이후에도 시위가 계속되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했고, 50여 명을 체포했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미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했던 남군 총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을 무너뜨리려 하자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폭력 시위가 계속되자 숨진 플로이드의 동생인 테런스 플로이드는 이날 자신의 형이 숨진 현장에서 "나는 (분노해도) 날뛰지 않고, 터뜨리지 않고, 지역사회를 망치지 않는다"며 "(약탈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폭력 행위 자제를 촉구했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한인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외교부는 2일까지 필라델피아(50건), 미니애폴리스(10건), 롤리(5건), 애틀랜타(4건) 등에서 총 79건의 한인 상점 재산 피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인들의 피해가 이어지자 외교부는 이날 오전 이태호 2차관 주재로 미국 내 8개 지역 총영사와 화상회의를 열어 보호 대책을 논의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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