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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교회'서 인증샷 찍으려 최루탄 쏴 시위대 쫓아낸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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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교구 "트럼프 행동에 분노"

조선일보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일 오후(현지 시각) 미 전역을 휩쓸고 있는 과격 시위에 군대 투입을 예고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백악관을 걸어나와 인근 세인트존스 교회를 깜짝 방문했다. 세인트존스 교회는 역대 모든 미국 대통령들이 예배에 참석해 '대통령의 교회'라 불리는 곳이다. 경찰은 트럼프가 교회로 갈 수 있도록 최루탄을 쏘며 인근 시위대를 해산했다. 트럼프는 교회 앞에서 성경책을 들어 보이며 사진 촬영을 하고,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라고 말했다. 폭력 시위 엄단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교회가 속한 교구 책임자가 "분노한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마리안 버드 미 성공회 워싱턴DC 교구 주교는 이날 CNN에 "우리는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서 정의를 찾는 이들과 연대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교회의 가르침과 정반대되는 메시지를 내는 데 교회와 성경을 허락 없이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레그 브루어 플로리다 중부 교구 주교는 자신의 트위터에 "신성 모독"이라며 "미 대통령이 세인트존스 교회에서 성경을 들고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시위대가 최루탄을 맞고 해산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썼다.

워싱턴DC에 파견됐던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 카운티의 경찰들이 트럼프의 세인트존스 교회 방문 행사 이후 철수하는 일도 벌어졌다. 알링턴 카운티 경찰서장이 "우리 경찰이 의무에 맞지 않는 목적으로 파견됐다"며 철수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방문을 위해 시위대를 강제 진압한 것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리비 가비 알링턴 카운티 위원회 의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 사진 촬영 때문에 사람들이 안전을 위협받고, 공권력이 악용됐다"고 썼다.

흑인 남성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를 폭력 시위로 몰아붙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노골적 불만이 미국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아트 아체베도 휴스턴 경찰서장은 1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건설적이지 않으려면 입 닥치라"고 비판했고, 31일 키샤 보텀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장은 "시위를 '급진 좌파'가 주도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제발 대통령이 입 닫길 바란다"고 했다.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화상회의에서 "대통령이 시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고,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도 "우리는 대통령의 사고방식을 거부해야 한다"고 했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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