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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무산된 3년 전 S존 조정, 뚜렷한 KBO와 ML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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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병두, 전일수 심판이 지난 3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청백전에 앞서 실전 훈련을 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옳다, 옳지 않다의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다른 것은 분명하다. 예전부터 그랬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ML)의 스트라이크존은 늘 차이점이 뚜렷했다.

선수단과 야구 관계자들, 그리고 심판진도 다 알고 있다. 단지 ESPN을 통해 KBO리그가 미국 전역에 중계되면서 KBO리그와 ML의 다른 스트라이크존이 크게 부각된 것 뿐이다. ESPN 해설자 제시카 멘도사는 지난달 31일 두산과 롯데의 잠실 경기를 중계하며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이 “심하게 좁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연한 일이다. ML를 중계해온 멘도사에게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은 상단과 하단이 작을 수밖에 없다.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은 ML보다 좌우가 넓고 ML 스크라이크존은 KBO리그보다 위·아래가 넓다. ML를 경험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김현수, 박병호, 황재균 모두 이를 직접 체험하고 돌아왔다. 2018시즌 초반 김현수는 몸쪽 깊은 공에 스탠딩 삼진을 당한 것에 대해 “잠시 우리나라 스트라이크존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문제는 한 차례 KBO리그가 스트라이크존 조정을 시도했으나 흐지부지됐다는 점이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한국 대표팀은 첫 상대인 이스라엘에 1-2로 패했다. 당시 이스라엘 선발투수 제이슨 마르키스를 상대로 타선이 침묵했는데 마르키스의 무빙 패스트볼도 위력적이었으나 한국 타자들은 위아래로 넓은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 주심은 ML 7년 경력의 브라이언 나이트 심판이었다.

그러자 KBO와 심판위원회는 2017시즌에 앞서 스트라이크존 조정을 발표했다. WBC가 조정 원인이라고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좀더 여유있게 볼 것을 강조했다. 시범경기, 그리고 정규시즌 초반까지는 이전보다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넉넉하게 판정하면서 ML와 흡사한 스트라이크존이 형성될 것 같았다. 하지만 몇 달 후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KBO리그 고유의 직사각형 형식의 스트라이크존으로 돌아왔다.

스트라이크존 조정은 모두에게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허운 심판위원장은 “심판마다 자신의 존을 만들어 놓고 판정을 내린다. 홈플레이트 좌우도 참고 하지만 이에 앞서 가상의 네모를 만들고 그 안에서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것”이라며 “각자의 존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최소 몇 개월, 일 년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선수단도 이에 맞춰야 한다. 투수들과 타자들 또한 심판위원회의 공식 발표 후 달라진 존을 인정하고 수긍할 때 조정된 스트라이크존이 자리잡을 수 있다. 하지만 2017년 스트라이크존 조정 시도는 결과적으로 제자리 걸음에 그치고 말았다.

한편 최근 선수들은 스트라이크존 좌우 또한 좁아졌다고 주장한다. 개막 첫 주부터 스트라이크 판정과 관련해 심판들이 징계를 받으면서 존이 더 좁아졌다고 본다.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이대로라면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이 세계에서 가장 작을지도 모른다. 이듬해 도쿄올림픽과 WBC 등을 고려하면 리그 전반적으로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재논의는 분명 필요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여름부터 퓨처스리그에서 로봇심판 제도를 시범운영하는 것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명확한 정의부터 필요한 시점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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