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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격해진 美 시위에 28년 전 '지붕 오른 한국인' 소환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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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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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트위터에서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트위터리안이 1992년 LA 폭동 당시 무장한 한국인들의 사진을 공유하며 폭동에 대응하는 시민 무장을 지지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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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발생한 흑인 사망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진 가운데 '지붕 위 한국인'(Roof Korean)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92년 'LA(로스앤젤레스) 폭동' 당시 스스로 공동체를 지킨 한국인들처럼 과격 폭력시위와 약탈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자는 움직임이다.

3일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전날까지 전 세계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온라인을 통해 'Roof Korean(지붕 위 한국인·이하 '루프 코리안')'의 관심도(검색 빈도)가 우상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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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구글트렌드에서 'roof korean'의 관심도를 검색한 결과 /사진=구글트렌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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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 코리안'은 미국인 누리꾼 사이에 자리잡은 일종의 '밈(meme·유행하는 상징)'이다. '루프탑 코리안(Rooftop Korean)'으로도 불린다. 스스로 총기 등으로 무장한 지역 공동체의 수호자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날 트위터 등 SNS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루프 코리안'을 언급한 미국인들의 트윗이 이어졌다. 과격 시위대에 맞선 시민들이 스스로를 '제2의 루프 코리안'으로 칭하는 모습도 보인다.

트윗은 "우리에겐 지금 루프 코리안이 필요하다", "제2의 루프 코리안이 등장하기를 호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루프 코리안'이라는 단어를 활용한 계정명도 다수 발견된다. 일부 트위터리안은 현지의 과격 시위 상황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루프 코리안' 문구와 함께 게재하기도 했다.


2020년 미국과 1992년 LA 닮았다는 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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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 후 약탈당한 상점의 난장판이 된 모습이 보인다. /사진=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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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 코리안'이 소환된 건 지금의 시위 양상이 1992년 LA 폭동과 닮았다고 보는 미국인들의 시각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LA 폭동은 1992년 당시 흑인들로부터 한인타운이 약 일주일 간 공격 받은 사건이다. 63명이 사망하고, 2000여명이 부상을 입는 등 인명피해가 컸다. 10억 달러 규모의 재산 피해도 냈다.

LA 폭동은 경찰이 흑인을 무차별 폭행한 일명 '로드니 킹 사건'과 한 한인 여성 상인의 흑인 소녀 총격 사건 등에서 비롯됐다. 이번 시위도 백인 경찰의 목눌림에 질식사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했다.

LA 폭동 당시 치안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자 군필 예비군 출신 한국인 이민자들은 앞장서 총을 잡고 '우리 마을을 스스로 지키자'는 캠페인에 나섰다.

미국 내에선 한인들의 과거 대응을 조명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미국인의 정신'이란 평가가 나왔다. '잘 규율된 민병대(militia)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는 미국 수정헌법 2조에 담긴 정신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나 뉴욕, 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서 '루프 코리안'과 비슷한 자경단이 꾸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에서 유학 중인 김모씨(30)는 "최근에는 일반 시민들이 과격 시위대와 경찰로부터 총을 맞아 인명 피해를 입고 있다"며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지역 공동체에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시민들의 자체 무장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일(현지시간)에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군이 개입할 정도로 LA 한인타운에서 과격 시위가 번지자 총기로 무장한 한국 교민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그들이 돌아왔다"는 메시지와 함께 공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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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트위터리안이 1일(현지시간) LA(로스앤젤레스) 거주 한국 교민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총기로 무장한 사진을 공유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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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인종차별적…불쾌하다" 반응도



다만 '루프 코리안'을 언급하는 미국인들이 불편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루프 코리안'이 백인 우월주의자나 총기 사용을 당연시하는 미국 내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 비롯된 개념인 데다 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대응 논리로 오용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 한국인 트위터리안은 "28년 전 루프 코리안은 백인의 인종차별주의가 낳은 사건에서 정부 도움 없이 직접 나서 희생을 치렀다"며 "백인들이 루프 코리안을 흑인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끌고 온다는 건 염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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