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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파킨슨병 임상치료 성공...'만능줄기세포'로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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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출신 김광수 하버드의대교수 성과

전사인자로 세포 정상 변화 유도하고

암 위험세포는 선별 정제해 치료 활용

거동 불가 말기환자 자전거 탈 정도 회복

김광수 교수 "10년후 보편적 치료될 것"

韓이 기술 선도하도록 상용화 공동연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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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파킨슨병 투병 끝에 사망하자 전세계인은 새삼 이 불치병의 무서움을 실감했다. 현재 국제적으로 약 100만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파킨슨병이 하나의 질환으로 명명된 것은 지난 1817년. 이후 200년이 넘도록 완치 방법은 없었다. 일부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쳤다. 이 공포의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해법은 신체의 어느 부위로도 자랄 수 있는 일명 ‘만능줄기세포’였다. 이를 활용해 파킨슨병 환자를 세계 최초로 치료한 사례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박사 출신의 김광수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가 약 20년간 집념어린 연구를 추진한 성과다.

파킨슨병은 뇌속 도파민 분비세포 사멸로 발생하기 때문에 김 교수팀은 이를 줄기세포로 복원했다. 환자 자신의 체세포(피부세포 등)를 만능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역분화를 일으킨 뒤 이를 다시 파킨슨병 치료에 필요한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로 바꾸는 것이다. 이 과정은 매우 까다롭다. 우선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줄기세포를 다시 도파민 분비세포로 전환하려면 해당 역분화 및 분화가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물질을 유전자에 주입해야 한다. 기존 연구자들은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이용해 역분화와 분화를 유도했는데 이 방법은 자칫 우리 몸의 정상적인 유전자를 파괴할 수도 있고, 이상한 단백질을 우리 몸에서 생성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김 교수팀은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아니라 인체에서 도파민 세포를 만드는 중요한 전사인자를 넣는 방식을 사용해 이 난제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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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난제는 줄기세포가 도파민 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분화가 안돼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세포들을 걸러내는 것이다. 김 교수팀은 줄기세포와 분화세포간 특성이 다르다는 점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았다. 분화가 제대로 안된 특성의 세포만을 선별해 죽이는 약물로 정상적인 도파민 분비세포만을 정제해 이를 환자의 뇌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김 교수 연구 기술의 연원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신야 야마나카 교수의 ‘유도만능 줄기세포(iPS)’제조 기술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정작 원조격인 신야 교수는 해당 기술의 상용화를 포기하다시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본인의 체세포로 줄기세포를 만들고 이를 다시 치료용 세포로 분화시키는 과정에서 실패위험이 높고 비용이 많이 들어서였다. 결국 신야 교수는 환자 본인이 아닌 타인의 체세포를 활용한 방법으로 방향을 전환했는데 김 교수는 원조마저 포기한 기술의 한계를 하나하나 극복해 임상에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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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 연구 성공의 드라마에는 공동주연이 있다. 그의 임상피험자로 나선 69세의 말기 파킨슨병 환자다. 성명은 조지 로페즈(George Lopez). 의사 출신으로 의료기기사업을 해 떼돈을 번 재력가다. 그는 직접 김 교수에게 연락을 해 연구비를 지원했다. 또한 “나는 치료 안되도 된다. 그러나 나와 같은 사람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신체를 임상시험용으로 맡겼다고 한다. 다행히 임상이 성공하면서 거동이 거의 불가능했던 그가 현재는 수영을 하고, 자전거를 탈 정도로 운동능력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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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향후 안정성과 효능성 입증을 위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이 필요하며 FDA의 승인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10여 년 정도 후속 연구를 계속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맞춤형 세포치료가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또 하나의 보편적인 치료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KAIST 생명과학과의 김대수 교수는 “김광수 교수는 한국과학자들이 이 분야의 기술을 선도했으면 하는 꿈을 갖고 있어서 KAIST와 공동연구를 통해 기술 상용화를 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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