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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美 시위 폭력사태 배후로 지목된 ‘안티파’…백인우월단체가 선동 위해 악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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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미 전역을 휩쓰는 가운데 폭력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안티파’(Antifa)가 논란이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안티파’가 약탈, 방화 등을 조장했다면서 이들을 테러단체로 지정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세계일보

2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대한 항의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안티파는 ‘안티 파시스트’(anti-fascist)의 줄임말로, 극우인 신나치주의와 파시즘, 백인 우월주의에 저항하는 극좌 성향의 무장단체나 급진적 인종차별 반대주의자를 포괄하는 말이다. 정부나 경찰을 신뢰하지 않고, 목적 달성을 위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무기 사용을 정당화하는 특징도 있다.

안티파는 1세기 전 유럽에서 기원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나치즘과 이탈리아의 파시즘에 대항해 게릴라전 활동을 벌이며 세를 불렸다. 미국의 안티파는 극우와 싸우기 위한 70~80년대 영국과 독일의 운동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저서를 집필한 럿거스대의 역사학자 마크 브레이는 “회원들이 혁명적이고 반 독재적인 관점을 옹호하지만 존재를 곧바로 알아차릴 정도의 계급 구조나 보편적 전술은 없다”고 말했다. WP는 “수가 적고 조직이 분산돼 있다”며 “전국적으로 사람을 모으기 위해 가장 합심해서 노력했을 때도 겨우 200명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2018년 보고서에서 안티파 추종자들이 합법적 시위뿐만 아니라 좀 더 대립적인 행동도 추구하도록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안티파와 관련된 이들은 지난 3년간 종종 공공장소에서의 싸움과 재산 피해를 포함해 큰 시위에 참석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2017년 여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백인 우월주의 행진에 반대하기 위해 동원됐고,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도 극우단체와 반복적으로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는 이번 폭력 시위에 안티파가 책임이 있다고 믿고 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성명에서 “안티파가 폭력을 부추기며 테러행위에 관여한다”고 비난했고,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1일 브리핑에서 안티파를 “이번 시위에서 비중이 큰 부류”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안티파의 개입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WP는 “법률상 트럼프 대통령이 안티파를 테러단체로 지정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방식으로 평화로운 시위대도 안티파로 융합시키고 있다”는 일부 전문가의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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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위터에서 ‘안티파’ 행세를 하던 계정이 사실은 백인우월주의자 단체가 만든 계정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CNN 방송이 2일 보도했다. 트위터는 1일 “폭력을 선동하는 트윗을 올리고 안티파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던 트위터 계정이 사실은 잘 알려진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만든 가짜 계정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안티파-US’란 이름의 이 계정은 일요일인 지난달 31일 “오늘 밤이 바로 그 밤”이라며 “동지들이여, 우리는 주거 지역으로 들어간다…백인들 동네…그리고 우리는 우리 것을 차지할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트윗 말미에는 ‘#흑인들 생명이 중요하다’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그러나 실제 이 계정은 미국의 네오나치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아이덴티티 유로퍼’와 연계돼 있었다고 트위터는 밝혔다. CNN은 “비록 이 계정의 팔로워는 수백명에 그쳤지만, 이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좌파 활동가 행세를 하며 미국에서 긴장을 악화시키려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정체가 폭로된 트위터 계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안티파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지목한 바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당시 이 트윗을 캡처한 사진을 올리며 “완전히 정신 나갔다”며 “안티파가 정말로 어떤 조직인지만 기억하라. 테러 조직이다!”라고 썼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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