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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美, 블랙호크 이어 '적십자 헬기'로 시위대 위협..."군법 위반" 비판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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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촉발한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군 헬기가 투입되자, 미군 퇴역 장성들은 "시민들은 적이 아니다"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또 워싱턴DC 상공에 전투헬기인 UH-60 블랙호크에 이어 적십자 상징이 그려진 군 의료용 헬기까지 시위대 진압에 투입한 것은 군법 위반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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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상공에 뜬 군 의료 수송용 라코타 헬기(UH-72)/트위터 사용자 @anabananaaa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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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차이나타운에서 벌어진 규탄 시위 진압에 육군 소속 전투기 블랙호크(UH-60)와 함께 적십자 상징을 부착한 군 의료 수송 헬기인 라코타헬기(UH-72)가 투입됐다. 헬기를 저공 비행하는 것은 공포심을 일으키고 모여 있는 군중을 분산시키는 일반적인 군사 전술로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상황을 보도하며 "블랙호크 한 대와 라코타 헬기가 차례로 저공 비행으로 적을 겁주는 '기동 작전'을 실시했다"고 했다. 헬기가 건물 높이 정도로 낮게 날면서 굉음을 내고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시위대가 맞을 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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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의 시위대가 저공 비행으로 위협하는 헬기를 향해 저항의 의미로 주먹을 쥐어 들어올리고 있다. 한 여성 참여자는 휴대폰 카메라로 헬기를 촬영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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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언론 보도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알려지자 군 퇴역 장성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일 마틴 뎀프시 전 합동참모본부의장은 트위터에 "미국은 전쟁터가 아니다. 우리 시민들은 적이 아니다"라고 썼다.

샌디 위네펠드 전 합참 부의장은 해당 헬기 조종사 2명이 '연방군은 국가의 존립이 위협되는 가장 심각한 상황을 위한 보루'임을 상관들에게 상기시켜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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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뎀프시 전 미 합참의장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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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는 군 사법 전문가들을 인용해 라코타 헬기를 시위대 진압에 투입한 것을 비판했다. .

미 육군 변호사를 지낸 제프리 콘 사우스텍사스 법대 교수는 WP를 통해 "어리석은 행동이었다"고 했다. 콘 교수는 "적십자 상징은 군의 '비전투' 기능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적십자 헬기로 시위대를 겁주는 것은) 적십자 상징에 대한 국제적 규범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공군 변호사 출신 레이첼 밴랜딩햄 사우스웨스턴 로스쿨 교수는 "적십자 상징이 무력에 사용되면, 의료 및 인도주의적 지원을 보여주는 본래의 의미를 퇴색한다"고 지적했다.

시위 현장에 사용한 것 자체가 군법 위반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콘 교수는 "의료용 헬기는 환자 대피, 의료인력·용품 수송, 수색·구조 활동 지원용"이라며 "이런 의료용 헬기를 시위 현장에 사용한 것 자체가 육군법을 위배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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