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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韓, 카타르산 LNG 구매 늘리나? 운반선 100척 계약의 반대급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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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가 한국 조선업계 ‘빅3’ 회사와 LNG(액화천연가스) 선박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양국의 LNG 협력이 강화될지 주목받고 있다. 카타르는 안정적인 LNG 수출처가 필요하고, 한국도 9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LNG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 ‘윈-윈(win-win)’ 전략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 석유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지난 1일 오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과 23조6000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슬롯 계약을 체결했다. 슬롯 예약은 정식 발주 전에 건조공간을 확보하는 절차로, 카타르 정부가 선사와 용선계약을 한 뒤 선사가 조선사에 발주를 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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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3사가 1일 오후 카타르 페트롤리움사와 화상으로 대규모 LNG선 발주 권리를 보장하는 약정서를 체결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삼성중공업 제공



카타르와 국내 조선 3사가 체결한 이번 계약에는 LNG 수입 관련 조항은 따로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향후 한국가스공사와 카타르의 LNG 장기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가스공사와 카타르 라스가스의 LNG 장기 공급계약은 총 3건으로, 이 중 2건(1999~2024년, 2007~2026년)은 4~6년 내 만료를 앞두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LNG 수입 1위 국가는 카타르(27.8%), 2위는 호주(19.1%), 3위는 미국(12.8%)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가스공사가 여러 국가와 장기 LNG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변동 여지가 큰 편이다. 산자부는 2025년부터 한국의 미국산 LNG 수입 비중을 현재의 2배인 20%로 늘릴 계획이다.

카타르에게 한국은 우량 고객이다. 카타르의 LNG 1위 수출국은 중국, 2위는 한국이 차지하고 있다. 카타르는 연간 LNG 생산능력을 현재 7700만 톤 수준에서 1억2600만톤까지 증산하는 와중에 미국, 호주, 러시아 등이 LNG 공급국가로 떠올라 기존 수출처를 잡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이 때문에 카타르가 한국에 100여척의 대규모 LNG선을 발주한 것은 향후 한국에 LNG를 장기 대규모로 공급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타르의 타밈 빈 하마드 알 싸니 국왕은 지난해 1월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에너지·조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3년 만에 열린 제5차 한-카타르 고위급 전략협의회에서도 양국은 LNG, 스마트그리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등에서 협력을 도모하기로 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는 "카타르가 LNG 생산시설을 증설하는 중인데 전 세계적으로 LNG 공급 과잉 상황이 나타나고 있어 불리한 상황"이라며 "카타르가 LNG 선박 발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에너지 협력에 있어 우호적인 관계를 쌓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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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청와대에서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왼쪽)과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카타르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따라 국내 LNG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정부의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LNG 발전설비는 현재 39.7GW에서 2034년 60.6GW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자회사 BMI 리서치는 "LNG·재생에너지를 우선시하고 원자력·석탄을 배제하려는 한국의 에너지 전환 노력이 LNG 공급국가인 카타르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카타르와 한국의 에너지 협력을 우호적으로 보면서 향후 장기계약도 유리한 입장에서 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가스공사는 안정적 가스 공급을 위해 20년 단위 장기계약을 주로 체결해 평균 연료비가 높은 편이다. 2024년 맺는 계약도 장기계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 제 3위의 LNG 수입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해 더 낮은 가격에 계약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강점인 LNG운반선 등을 바터제(물물교환) 방식으로 내세워도 좋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소영 기자(seenr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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