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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렁스’로 첫 연극무대 도전한 김동완…이내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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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극 ‘렁스’ 출연한 ‘신화’ 김동완

대본 끼고 늘 연습…발음·연기 호평

‘남자’-여자’가 유산·이별·재회

다시 만나 늙어가는 과정 통해서

환경·사회·세계 문제 고민 풀어


한겨레

2인극 <렁스>의 한 장면. 연극열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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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렁스>에선 김동완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연극 무대가 처음인 그지만 90분을 단 두명이 책임져야 하는 ‘2인극’을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1세대 아이돌그룹 ‘신화’ 김동완의 이미지가 깊이 박혀 있다면, 첫 등장은 다소 낯설 수 있다. 노래가 아닌 연기하는 김동완이라니. 하지만 이내 빠져든다. 김동완이 아닌 극 중 캐릭터 이름인 ‘남자’가 서 있다.

김동완은 <렁스>에 진심을 담았다. 그는 <렁스>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지난 2일 <한겨레>에 이렇게 전했다. “연극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는 직접 ‘연극열전’의 문을 두드렸다. 연극열전이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한다는 게 이유였다. 허지혜 (주)연극열전 대표가 <렁스> 대본을 건넸다. “흥미로워할 수도 난해할 수도 있다더라고요.” 대본을 읽자마자 단숨에 빠져들었다. “2011년 작품인데 (환경 등 다양한) 악조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 상황과 맞닿아 있는 게 강하게 끌렸어요.”

한겨레

2인극 <렁스>의 한 장면. 연극열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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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렁스>는 ‘남자’와 ‘여자’가 아이를 갖지만 유산하고 이별하고 다시 만나 함께 늙어가는 과정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환경·사회·세계의 문제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한다. 아이를 낳자는 말에 “세계 인구가 70억이 넘었는데 아이를 낳는 게 좋은 선택일까”로 시작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의 고민으로 나아가는 식이다. ‘매사를 사려 깊게 고민하고 선의로 행동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닌 남녀는 종종 비닐을 사용하는 등 모순된 행동을 하며 괴로워한다. 현실의 우리를 투영하며, 보는 내내 ‘나는 좋은 사람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좋은 사람이 되자’는 신념은 평소의 김동완과 잘 맞았다. 그는 평소 인권영화에 출연하고, 사회적 사안에 소신을 당당히 밝혀왔다. 미혼모, 저소득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지속해서 기부했다. 인권을 무시한 밤샘촬영과 아이들 성상품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냈다. 이번 작품도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특히 더 와닿았다. “살면서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는 어려워요. 어떤 식으로 좋은 것들을 쫓아가면서 살아야 할까 고민하고 있어요.”(<렁스> 프레스콜)

내내 대본을 끼고 살았다는 그는 발음이 분명하고, 표정 연기도 좋다. 첫 연극인데도 흐트러짐이 없다. <렁스>는 김동완 외에도 이동하와 성두섭이 ‘남자’로, 이진희와 곽선영이 ‘여자’로 출연한다. 엄청난 대사량에 서로 만나기만 하면 습관처럼 대사를 맞췄다고 한다. 툭 던지면 바로 나올 정도로 합이 맞지 않으면 불가능한 작품이다. 길을 상징하는 가로로 긴 무대도 인상적이다.

다만, 장소·시간의 변화가 대화로 드러나기에 다소 난해한 부분도 있다. 집중하고 듣지 않으면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 박소영 연출은 “여자와 남자가 좋은 사람에 관해 얘기하지만 둘 다 모순적인 부분이 있는 사람이라는 게 인상적이었다. 관객이 자신과 닮은 부분을 찾고, 거기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초연인 <렁스>는 ‘2020년 연극열전’의 첫번째 작품이다. 7월5일까지 대학로아트원씨어터 2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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