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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美, 주한미군 피로도 높아지자 韓 근로자 무급휴직 중단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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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장기화 따른 주한미군 내부 피로도 고조 분석

일시 해고 시 대비태세 타격 우려한 듯

뉴스1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주한미군 사령부가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2020.3.26/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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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미국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를 한국이 선지급하는 방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데에는 무급휴직 장기화 사태에 따른 주한미군 내부 피로도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 필요성이 높아졌고, 한국인 지원 인력의 절반이 빠지면서 주한미군의 대비태세 전반에 손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무급휴직이 더 길어지면 미국 노동법에 따라 일시 해고가 불가피해지고, 주한미군 대비태세 이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고려됐다는 평가다.

미 국방부는 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를 한국이 연말까지 지급하는 방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한국이 올해 말까지 4000명의 한국인 근로자에게 2억달러(약 2432억원) 이상을 지불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미국은 앞서 2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를 한국이 선지급 하고 추후 분담금에서 보전받겠다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후 주한미군 측은 끝내 방위비 협상 타결 지연을 이유로 4월 1일자로 한국인 근로자 4000명에 대한 무급휴직을 단행했다.

이는 전체 한국인 직원 절반에 이르는 규모로 미국이 한국인 근로자들을 방위비 협상의 볼모로 잡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미국은 이날 입장을 바꿔 우리 정부의 선지급 방안을 수용했다.

미국의 입장이 바뀐 배경으로는 일차적으로 "주한미군 내부의 피로도 누적"이 꼽힌다.

미군 기지 출입관리 등 부대 운영을 책임지는 한국인 근로자 9000명은 주한미군의 생명과 안전은 물론 한미연합태세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000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간 것이다.

특히 주한미군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본국의 미군 이동중지 명령으로 인력부족을 겪고 있고, 보건 경보 장기 발령으로 '영내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다. 북한의 강경 행보 예고와 미중 갈등으로 역내 군사적 긴장이 크게 고조된 것도 피로를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무급휴직에 처한 한국인 직원들은 주한미군 기지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인력"이라며 "휴직이 길어지면 직원들의 불만과 이탈 가능성이 높아지고 향후에도 계속 마찰 소지가 있기 때문에 노무 관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주한미군이 이 부분을 펜타곤에 강력하게 건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 국방부가 이날 합의 사실을 밝히면서 "미국은 SMA 협상에 대한 접근 방식에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 왔다. 한국에도 같은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한 발 '양보'했음을 시사했다.

실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그간 미 국방부와 백악관에 한국인 직원 무급휴직이 장기화되면 군사대비태세가 약화된다는 점을 수차례 지적해왔다.

주한미군 내 한국인 직원들은 우리 근로기준법이 아닌 미국 노동법을 적용받기에 무급휴직 장기화 경우 특정 시점 후 일시 해고(lay off) 될 수 있다. 절반에 해당하는 4000명의 한국인 직원이 한꺼번에 해고될 경우 주한미군 기지 운용 뿐 아니라 연합방위태세에도 상당한 지장이 불가피하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날 낸 성명에서도 한미 합의 결과에 지지를 나타내면서 "주한미군은 우리 직원들과 동료 및 팀원들의 업무 복귀를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했으며, 우리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부분 무급휴직이 준비태세와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제공하는 우리의 능력에 미친 영향과 한국인 직원들이 한미 동맹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무부도 "이번 결정으로 (한국) 군무원 인건비 부담을 한국과 미국이 좀 더 공평하게 분담할 수 있게 됐다"며 "연합군의 최우선 과제인 연합 방위 태세가 유지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자평했다.
bae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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