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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부자동네 터는 美시위대...'1%' 향한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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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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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트위터 캡처.



로스앤젤레스 베버리힐즈, 뉴욕 소호, 시카고 미시간에비뉴.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면서 촉발된 미국 전역의 항의 시위가 부자동네를 타깃으로 일어나고 있다. 평화의 시위 한켠에서는 루이비통, 프라다 등 명품 매장을 비롯해 고급 백화점, 애플스토어 등이 약탈 당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흑인 거주 지역 위주로 일어났던 시위가 도심으로, 그리고 명품 매장 약탈로 이어지는 이유를 두고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도시 불평등이 심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1960년대에는 개발에서 소외된 흑인 거주지에서 시위가 일어났다면, 이제는 투자를 쏟아부은 도시에서 소외된 계층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면서 “도시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시위가 새로운 물결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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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트위터 캡처.



실제로 워싱턴주 시애틀에서는 고급 백화점인 노드스트롬이 약탈 당했고, 플로이드가 사망해 시위의 진원지가 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애플스토어가 타깃이 됐다. 로스앤젤레스 베버리힐즈의 명품매장이 밀집한 로데오거리와 뉴욕 소호 등지에선 루이비통, 알렉산더 맥퀸, 빅토리아시크릿 등 고급브랜드를 중심으로 약탈이 일어났다.

NYT는 1965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위가 일어났을 땐 흑인 거주지역인 와츠를 중심으로 집회가 열렸지만, 이번엔 로데오거리가 중심이 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부자동네, 명품거리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의도적인 행보라고 봤다. 인권 문제를 다루는 작가 조지 치디는 “시위대가 곧장 애플스토어와 구찌, 프라다 매장으로 향했을 때 놀라지 않았다. 이건 의도된 행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내일 펜디 가방을 맨 당신을 보고 누군가 이를 구입한 것인지, 훔친 것인지 구분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이것은 ‘착취당하는 노동자’라는 말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이며 우리는 그동안 이러한 계층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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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트위터 캡처.



서비스산업이 커지고 공유경제 등이 등장하면서 편리하게 부를 누리는 사람과 이들을 위한 저임금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증가했고, 이것이 이번 시위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아우터도 “7달러짜리 라떼를 만드는 바리스타와 헬스 트레이너 등 누군가의 부에 의해 존재하는 직업들이 늘어났고, 이러한 저임금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보건, 경제 위기에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위는 흑인 인권에 대한 불만이 터진 것도 있지만, 2011년 ‘1%의 부자와 99%의 빈자로 이뤄진 사회를 용납할 수 없다’며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진 점령 시위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뉴욕대학교(NYU)의 역사학자인 토마스 서그루는 미국내 많은 도시에서 흑인 거주지역의 상업거리가 유령화돼 중요성이 많이 떨어지는 점도 이들이 중심가로 몰려나온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실제 약탈이 벌어진 고급상점 등에는 ‘부자를 없애라’(Eat the Rich) 등 자본주의에 대한 불만을 담은 낙서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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