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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회는 불안한데 희희낙락‘…나홀로 미 증시’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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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정부 돈 푸는 데 관심

실업 느는데 한쪽선 ‘돈방석’

“증시에 실물경제 반영 안 돼”

[경향신문]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가 미 전역으로 퍼지며 사회적 불안이 극에 달했지만, 뉴욕 증시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2일(현지시간) 증시도 상승세로 마감했다. 미·중 갈등 심화,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까지 겹쳐졌지만 증시만 ‘나홀로’ 웃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증시는 실물경제와 상관이 없어 보인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3월 급락했던 증시는 꾸준히 상승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전장보다 각각 1.05%, 0.82%, 0.59% 상승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독일, 일본, 홍콩 증시도 상승했다. 세계 49개국 증시를 추적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 세계 지수를 보면 세계 증시는 급락 전 지표의 35%까지 반등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실물경제 지표들이 회복된 것은 아니다. 5일 발표될 예정인 미국의 5월 실업률은 2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공황 당시 실업률(22%)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급격한 경기회복을 뜻하는 V자형 회복에 대한 기대도 사그라들었다.

지난 1일 미 의회예산국(CBO)은 “미국 경제가 팬데믹 이전 수준의 경기로 돌아가려면 10년이 걸린다”는 잿빛 전망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대거 ‘베팅’에 나선 것이다. 배경은 복합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부의 초호화 경기부양책’을 첫번째 이유로 꼽았다. 미국 정부는 이미 4차례에 걸쳐 2조8000억달러(약 3408조원)의 재정을 투입했으며, 2조달러에 달하는 다섯번째 부양책 발표를 예고했다. WSJ는 “실업률이 소비자심리지수 등 실물경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는 것과 달리 증권가에서는 정부가 얼마나 시중에 돈을 푸느냐가 주요 관심사”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조치도 훈풍을 가져왔다. 집에 머문 사람들은 정보기술(IT) 서비스를 더 많이 활용했고, 이에 미 테크 기업들인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알파벳 등 5곳의 테크 공룡기업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투자자들의 성향도 증시 상승 이유로 꼽았다. V자보다 더 느린 U자 경기회복설이 우세함에도 투자자들이 2~3년 이후를 내다보고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 외에 대안이 없다는 ‘티나족’(There Is No Alternative to stocks·TINA)들도 증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씁쓸한 시선도 공존한다. 시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서 인종차별 철폐를 외치는 현실과 달리, 증권가의 부자 투자자들이 앉은 자리에서 막대한 부를 쌓고 있다는 것이다. 미 외환거래업체 오안다(Oanda)의 분석가 에드워드 모야는 “주식시장에는 더 이상 실물경제가 반영되지 않는다. 이런 추세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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