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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절제해야 할 사람들은 경찰" 폭력시위 두둔한 CNN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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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가 미 전역을 휩쓰는 와중에 미 CNN방송의 앵커 크리스 쿠오모(49)가 “대체 어떤 시위가 평화적이냐”고 폭력 시위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쿠오모는 앤드루 쿠오모(62) 미 뉴욕 주지사의 동생으로 CNN 간판 저녁 뉴스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다.

쿠오모는 2일(현지 시각) CNN ‘쿠오모 프라임 타임’에서 시청자들을 향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시위를 문제로만 보는데 그렇지 않다”며 “진짜 문제는 이들을 거리로 나가게 만든 지속적이고 해로운 불평등과 부(不)정의다”고 했다. 이어 “대체 어떤 시위대가 예의 바르고 평화로운가. 있다면 보여달라”며 “솔직히 지금은 평온한 시기가 아니다”고 했다. “평화롭고 절제하고 침착해야 할 사람들은 경찰”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쿠오모 발언이 공유된 소셜미디어 게시물엔 3일 현재까지 ‘좋아요’ 7000여개가 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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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 시각) 자신이 진행하는 CNN 뉴스 프로그램에서 미 전역을 휩쓰는 인종주의 반대 시위에서의 폭력 양상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는 앵커 크리스 쿠오모.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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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제히 반발도 잇따랐다. 워싱턴 이그재미너 기자 제리 던리비는 “시위대가 예의를 갖추지 않는 건 상관 없지만, 법은 그들이 평화로워야 할 것을 명시한다”고 말했다. 내셔널 리뷰 리치 로우리 편집장은 “예전엔 ‘시위대는 대부분 평화롭다’고 했는데, 요즘은 누군가가 “시위대가 평화로워야 하냐”고 묻는다”고 그를 비판했다. 유명 보수 논객 벤 도메네크는 “(쿠오모의 발언은) 평화롭게 집회할 권리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쿠오모가) 폭력적 범죄자들에게 물을 떠 나르는 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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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쿠오모(오른쪽) 뉴욕 주지사와 그의 동생인 크리스 쿠오모 CNN 앵커. 재작년 앤드루 주지사가 동생의 생일을 축하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다. /앤드루 쿠오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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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에게 목이 짓눌려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이후 인종차별 반대를 주창하는 시위가 미 전역을 휩쓸고 있다. 이중 일부는 민간인을 폭행하고 상점을 약탈하는 등 일탈 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럭을 세워 놓고 조직적으로 약탈한 물건을 실어 나르기도 하는 등 개인을 넘어 조직적 범죄로 비화하는 모습도 보인다.

한편 시위 옹호 발언을 한 쿠오모와 강경 시위 진압을 주문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악연도 덩달아 주목 받고 있다. 평소 쿠오모는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던 중 작년 쿠오모가 뉴욕주 롱아일랜드 해변 지역에서 행인과 크게 말다툼한 것이 소셜미디어에 영상으로 올라와 화제가 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때를 놓치지 않고 기자들에 “그는 통제력을 잃은 짐승처럼 말했다”고 조롱했다. 이어 트럼프 재선 캠프는 쿠오모가 행인에게 들었던 모욕성 발언 문구와 쿠오모의 사진이 새겨진 티셔츠까지 만들어 판매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악연은 형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도 마찬가지다. 둘은 코로나 사태 대응을 놓고 번번이 부딪쳤다. 특히 경제 활동 정상화를 위해 코로나 봉쇄령을 푸는 것을 놓고 정면충돌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은 전면적”이라며 으름장을 놨고, 쿠오모 주지사는 “우리에겐 왕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쿠오모 등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의 반발을 ‘반란’에 비유하며 재차 공격했다.

[임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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