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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1년 반 수사끝에 또 '총수 구속' 위기… 삼성, 정면승부 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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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검찰 수사심의위 요청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불법성 논란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것은 검찰과 정면 승부를 한번 해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이 '기소의 타당성' 자체를 따져보자고 나왔고 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던 검찰은 "허를 찔렸다"는 분위기다. 수사 전문가가 아닌 외부인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에 이 사안이 올라갈 경우, 거기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어느 쪽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이 수사심의위라는 '반격 카드'를 꺼내들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이 부회장 기소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 수사팀은 최근 두 차례 소환 조사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부인하는 진술을 하자 구속영장 청구를 진지하게 검토해왔다고 한다. 이 전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파기환송심 재판도 받고 있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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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재계에선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 장기화로 기업 경영에 타격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2018년 12월부터 지난 1년 6개월간 이어진 이번 수사로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경영진 30명이 100차례 이상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내부에서도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가 아니라 환부가 나올 때까지 파는 해부식 수사"라는 말들이 나왔다.

법조계 인사들은 "이 부회장 입장에서도 크게 잃을 게 없는 카드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대검 산하 수사심의위로 넘어갈 경우, 심의위에서 관련자 구속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전까지 검찰 수사는 사실상 일시 중단된다. 설사 수사심의위에서 기소 결론이 난다고 해도 법원에서 무죄를 다투면 되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인 게임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사건은 수사 기록만 10만쪽이 넘을 것"이라며 "짧은 시간에 복잡한 사건을 수사심의위의 외부 위원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이 총력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한 방 먹었다"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수사팀 일부에선 "사건이 수사심의위로 넘어가기 전에 신속히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나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일각에선 "여전히 변수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가 이 부회장 측의 요청을 거부해 사건을 수사심의위로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결정이 날 경우 검찰이 타격을 입지만 '기소' 결론이 난다면 '이재용 처벌' 여론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박영수 특검팀의 국정 농단 수사에서 파생된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이다. 당시 삼성물산 주식 1주의 가치는 제일모직 주식 0.35주로 계산됐는데, 검찰은 이것이 제일모직 지분 23.3%를 보유했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불법 경영권 승계라는 입장이다. 반면 삼성은 "합병은 적법 절차대로 이뤄졌다"며 "법원도 2017년 합병 무효 민사소송에서 합병이 합법적이었고 합병할 경영상의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했다"고 하고 있다. 삼성은 이번 사건이 수사심의위에 올라가게 되면 이 점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이다. 삼성바이오는 제일모직의 핵심 자회사로, 이 회사 가치가 높을수록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1대0.35' 합병 비율은 정당성을 갖게 된다. 삼성은 "국제 회계 기준에 맞게 회계 처리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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