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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낙연이 쏘아올린 조기 대권 경쟁…여권에 약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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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위원장 8월 당권 도전 놓고 당 내에서도 '설왕설래'

당내 기반 확보·대선 후보 굳히기 다중 포석

차기 잠룡 김부겸·정세균 견제 '솔솔'…당내 갈등 불가피

'7개월' 당대표 임기종료로 내년 재보궐선거 지도부 공백 사태 우려

청와대 내부서도 유력 대권 후보의 조기 데뷔에 부담 갖는 분위기

CBS노컷뉴스 박지환·김기용·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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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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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이르면 5일 본회의 개회 직후 차기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오는 8월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체로 맞다"며 사실상 출마를 공식화했다. 21대 국회에서 177석 '공룡 여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 선출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이 위원장 '대세론'과 '신중론'이 교차한다.

◇ 대권 주자들 간 신경전 시작

이낙연 위원장의 최근 언사와 행보는 민주당 당권을 넘어 차기 대선을 가리킨다.

"확인은 못했지만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표를 받고 당선된 이낙연이다"(지난달 27일 민주당 워크숍 만찬장), "고용보험 확대와 국민취업 지원제도 법제화 등 사회안전망 확충 과제에 대해 이번 정기국회를 넘길 수 없다"(28일 한국노총 간담회), "확진자 동선과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어렵다. 방역 체계를 다시 새로 잡아야 한다"(29일 코로나19국난극복위 회의) 등의 발언도 당청 주요 이슈를 아우른다. 이 위원장은 6월에도 전국을 돌며 코로나 극복 화두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부동의 1위를 달린다. 2위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지지도 격차도 크다. '페이스메이커'에서 유력 대권주자로의 자리매김도 자연스레 이뤄졌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당권 경쟁 참여를 놓고는 당내 의견이 갈린다. 민주당의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가 되더라도 내년 3월에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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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인 만큼 향후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진두지휘하며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여당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이 위원장이 당대표를 수행해야 한다는 명분도 있다.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저 나름대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유력한 대권 주자로서 상대적으로 미약한 당내 기반을 다지고 조기에 민주당 대선후보 지위를 굳히겠다는 의지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이 위원장이 당권 도전이 자칫 조기 대권 선언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다른 대권 후보들과의 지나친 경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영남권을 대표하는 김부겸 전 의원도 당초 계획을 틀어 당권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킹메이커'로 불렸던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최근 주변에 자신의 대선 출마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이 위원장의 조기 당권 레이스에는 마뜩찮은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이 쏘아올린 조기 대권 경쟁 분위기에 민주당 의원들도 최근 '설왕설래'가 잦아졌다.

◇ 이낙연 당권 '꽃길'에 정세균·김부겸 측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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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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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환영하는 의원들은 당내 기반 확대뿐 아니라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서 리더십을 검증받을 수 있고, 국민적 신뢰를 조기에 축적해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 1년 전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민주당 당헌(25조)이 특정인 대세론에 따른 줄서기 등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 본래 취지인 만큼, 이 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정세균 총리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위원장이 당권을 쥐면 국정 운영의 축이 당으로 확 쏠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영역에서 당이 과도하게 주도하면 당청간 혼선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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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전 의원(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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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전 의원의 한 측근도 "177석을 얻은 민주당은 현재 시점에서 국민에 대한 책임 정치와 당내 통합, 외연 확장 등을 고민해야 하는데, 유력 대선 주자가 조기에 당권까지 잡고 가면 새로운 권력에 대한 힘 쏠림이 발생한다"며 "이 위원장이 포용하고 절제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이 위원장이 7개월짜리 당대표 임기수행을 강행할 경우, 내년 4월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재보궐 선거 때 지도부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신중론'의 근거로 작용한다. 21대 총선 과정에서 당선자 94명이 입건됐고 이 중 상당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재선거가 자칫 '미니총선'으로 치러질 수 있는 상황이다. '7개월짜리' 당대표 임기만료로 급하게 구성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를 책임 있게 치러낼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다.

이 위원장의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홍영표 의원은 지난 2일 JTBC '전용우의 뉴스ON(온)'에 출연해 "한 사람이 당권까지 가져가는 것에 다른 대선 후보들이 흔쾌하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대권주자가 당권까지 가지려는 것은 당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대권주자가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오는 8월, 내년 5월과 8월 등 1년 사이에 전당대회를 세 번 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권 한 관계자도 "이낙연 위원장은 제대로 검증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차기 대선이 1년 반 이상 남은 상황에서 여당의 전략 자체가 다양한 후보군 육성으로 맞춰져야 한다. '한 방'으로 당권과 대권까지 먹는 쪽으로 간다는 것은 당 입장에서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

이낙연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 움직임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가 집권 여당 대표의 신분으로 일찍 전면에 나설 경우 자칫 조기 레임덕이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무총리 재직시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호흡을 잘 맞추었지만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당 대표가 되면 아무래도 주요 정책 현안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는 여권 지지층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친문계의 한 재선 의원은 "다음 대선이 2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 대책을 비롯해 당분간은 문대통령의 구상이 정국을 주도해 나가야 하는데 자칫 다른 변수가 생길 경우 여권 전체에 파열음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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